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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Dec 24. 2024

나는 영원한 산타할머니

나의 산타는 어디 있을까

띠디디띠디디 새벽 4시 알람이 울린다. 눈을 번쩍 뜨고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숨겨놓은 선물을 가지러 발끝을 세워 걷는다. 도둑고양이가 이보다 조용할쏘냐. 마이클잭슨 뺨치는 현란한 발솜씨다. 이번엔 팬트리다. 휴지를 보관하는 상자 안 깊숙이 숨겨놓았지롱. 선물을 들고 숨을 죽이며 아이들 방문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행여 뒤척이기라도 하면 무지개꽃이 피었습니다 하며 돌아보는 술래를 보듯 온몸이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다시 고요해지기를 기다렸다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나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 미션 클리어다!!


선물의 주인공이 누구냐구? 대학졸업반과 재수생활중인 두 따님들. 그렇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산타할머니로 재직중이시다. 하긴 나이로 따진다면야 지금이 가장 알맞은 역할이려나?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시간 동안 나의 삶은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첫아이 때는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다. 내 삶은 처음으로 가득 차 있어, 설렜지만 두려웠고 행복했지만 지쳤으며 완벽하고자 했으나 서투르고 엉성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첫 임신과 출산부터 아이가 유치원이라는 기관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아이혼자 오롯이 수행해 내는 모든 이벤트의 철저한 관람객이었다. 첫 뒤집기와 첫 배밀이부터 첫 옹알이와 첫 한걸음, 나는 그 모든 것들에 아낌없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며 그 자체로 행복했고 그 자체가 대견했다.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과 첫 이유식을 먹으며 오물거렸던 그 입술, 처음으로 엄마라 부르던 순간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오늘은 또 어떤 막이 오를까. 어떤 표정으로 나를 사로잡고 어떤 대사로 나에게 사랑을 고백할까. 하루하루가 기대로 가득 찼던 의 그리운 지난 날들.


물론 그 수많았던 이벤트엔 희극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했던 아이의 울음, 잠 못 들어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던 수많은 밤들, 아픈 아이를 들춰업고 드나들던 응급실의 알코올냄새까지 나를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던 너의 이벤트들. 그 시절 행복은 너의 덕분이었고 슬픔은 나의 탓이었었지.


아이가 유치원을 거쳐 학교라는 공개무대에 데뷔하면서 이었던 나의 역할은 무대 위 구성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주인공의 일정과 건강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매니저, 그날그날의 티피오에 맞는 분위기를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그녀의 연기가 돋보이도록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감독하는 작가와 연출가까지 눈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아이와 내가 함께 연출하는 무대는 사라져 갔고 아이는 이곳저곳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시험이나 각종 수행평가, 대회, 수능 같은 아이 혼자 감당해야 할 이벤트가 주를 이뤘고 나는 그저 밥차아줌마가 되거나 응원봉을 흔드는 팬이 되어 무대밖 한구석을 차지할 뿐이었다.




작년 막내의 대입을 끝으로 나의 무대생활은 거의 끝이 났. 첫째와 둘째가 5살 차이니 첫째고딩부터 막내재수시절까지 수험생기간만 거의 10. 이제 그녀들이 준비했던 이벤트는 거의 사라지고 어제와 같은 오늘의 연속이다.


그리하야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꿋꿋이 지켜가는 이벤트가 있으니 바로 어린이날 선물과 산타할머니의 선물이다.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이벤트 두어 달 전부터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게 뭔지 시장조사와 함께 우리 아이들의 위시리스트를 비밀리에 알아내는 나만의 007 첩보작전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을 보고 환호하며 사진을 찍어 인스타스토리에 올리는 아이들의 천연덕스러운 명품조연연기까지 더해지면 화룡점정. 내 돈을 내고 내 품을 팔아야 하는 이벤트이지만 내가 더 즐거운 나를 위한 이벤트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의 선물 사기 대작전 이제 또 시작이다.


2022년, 2023년 어린이날 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




구인공고


모집분야 : 마이라떼 전용 산타선물배송업무

모집기간 : 1년 365일 상시

지원자격 : 미성년자 제외한 남녀 누구나

제출서류 : 마이라떼에게 주고 싶은 선물 리스트

접수 및 문의방법 : 마이라떼 브런치스토리


저도 받을 줄 알아요,
산타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모두 선물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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