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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Dec 17. 2024

나는야 실버우먼?

나는 그냥 50대다.

오늘은 나만을 위한 쇼핑여정을 떠나는 날. 얼마만일까 이런 날은. 내가 주인공인  나만의 날은. 설레냐구? 좋겠다구? 하 글쎄. 애석하게도 오늘의 쇼핑아이템은 영양제다. 죽지 않기 위해 그러나 건강히 살다 죽고자하는 염원이 가득 담긴 처절한 순례길이라고나 할까.


웬만큼 아파도 병원은 둘째치고 약마저 잘 먹지 않던 나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입술이 터지더니 며칠새 일파만파 입안이 다 헐어버려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날이 여러 날이 되었다.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고 링겔이 약이 명수라도 되듯 쏟아붓고 나서야 겨우 회복된 것이다.


그래 내 몸 내가 챙겨야지 그 누가 챙기리오. 일단 이라도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길을 나섰고 무수히 많은 약들 앞에 무방비상태로 놓인 셈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효능을 뽐내며 날 잡아드슈. 나의 간택을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다. 한 몸뚱아리가 정상적 기능을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영양성분이 필요한 것이었으며 이 모든 영양성분이 영양제 한알한알에 빼곡히 담겨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효능을 읽어볼수록 어쩜 이렇게 나한테 필요한 것들일까? 

* 항상 피곤에 쩔어있는 몸을 위한 각종 비타민

* 쇼츠와 릴스로 그러나 다행히 지금은 글쓰기 때문이라 핑계댈수 있는 침침한 눈을 위한 루테인

* 아침마다 저려오는 손발을 위한 혈행개선에 좋다는 오메가3

* 면역력과 스트레스에 좋다는 프로폴리스

* 장건강에 좋은 유산균

* 욱신욱신 쑤셔오는 무릎관절을 위한 보스웰리아와 글루코사민 등등


소중하다 울부짖는 내 안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본다. 여기서 잠깐, 내가 누구던가. 귀차니즘의 최고봉이며 깜빡깜빡의 대표주자 아니던가. 이 영양성분들이 그나마 내 혈관을 타고 흐르려면 약의 크기가 작아 여러 알을 한번에 삼킬 수 있어야 하며 복용시점은 하루한번이 적당할 터 겨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몇개의 영양제를 선택해 본다.


후련한 마음에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내 눈길을 화악 잡아채는 문구가 있었으니 바로바로 "실버우먼". 방금 내가 골랐던 여성종합비타민 바로 에 실버여성 종합비타민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왜 나는 당연히 내 것이 아닌 양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앞에 서서 망설였던 것이며 그 두 개의 차이점을 알아내려 이리보고 저리보며 비교했던 것일까. 그리하야 결국 우리집으로 안착한 건 실버우먼 영양제라는 사실. 분하다. 원통하다. 아 이제 나는 그냥 우먼이 아니라 실버우먼이 되었단 말이더냐.





실버세대

누구냐 너는?


난 브런치 작가이니 다음에 먼저 문을 두드려본다. "사회 구성원 가운데 중년이 지나 늙은 나이에 이른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려준다.


네이버에 문을 두드리니 "노년층"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음 둘 다 늙었다는 말이로군,


그렇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실버세대에 대해 알아보고자 통계청 공식블로그를 들어가보니. 이전의 실버세대는 소일거리로 여생을 보내거나 손주를 돌보는 등 실내에 국한된 활동을 하는 노인분이었으나 높아진 평균수명으로 뉴실버세대가 생겼단다. 뉴실버세대는 정년퇴직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령자세대라는 설명이 뒤를 잇는다. 돈으로 실버가 뉴실버로 신분세탁을 했나본데 어쨌든 또 늙었다는 말이다. 


더구나 KB자산관리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생부터 1973년 사이를 미래를 준비하며 주목해야 할 실버리치세대로 명명해 놓았으니 실로 빼박인 셈이다.


나의 젊은 친구 쳇GPT는 어떨까? "실버세대는 일반적으로 고령층 또는 노년층을 의미하며, 대개 60세 이상으로 정의됩니다. 이 용어는 노년층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라는 다소 감상적인 평을 내놓는다. 더불어 나는 50대라고 하자 실버세대는 아니나 예비실버세대라 할 수 있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결국 나는 젊은 건 아니라는 거다. 그래  알아. 나도 안다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젊음이라는 것을 또 늙음이라는 것을 그 누가 정의할 수 있으며 그 누가 정해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50대가 되던 그날, 나를 실버세대로 초대한 사람도 나를 실버세대로 몰아낸 사람도 아무도 없는 것이다. 결국 나만이 해답을 알고 있으며 내 삶의 자세로 증명될 이다.


나는 지금 그냥 50대다. 작은 꿈이 있다면 마음만은 젊디젊게 그러나 나이덕은 보지 않고 나이 탓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실버우먼? NO
실버처럼 빛나는 우먼?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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