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된 메리크리스마스

나는 영원한 산타할머니 후속작 대개봉

by 마이라떼

지난번 급하게 발행하느라 소속없이 떠도는 글을 브런치북으로 옮겼습니다.

https://brunch.co.kr/@mylatte/16의 후속작입니다.


올해도 난 성공한 산타할머니였다. 두어 달 전부터 준비해 놓은 선물과 예쁜 크리스마스 편지까지 더 이상 손댈 것은 없었다. 어김없이 새벽 알람에 맞춰 일어났고 곤히 잠든 아이들 머리맡에 사뿐히 선물을 세팅했다.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지만 우린 철저히 자기의 역할을 잊지 않고,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되었다.


그제, 크리스마스 아침, 큰아이(25세,여)와 작은 아이(21세,여)가 방으로 들어와 아직 잠결인 나를 깨우며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산타할머니의 선물이 도착했다고. 나도 화답한다. 정말? 언제 오셨지?


함께 거실로 나가 아이들과 같이 선물을 풀러 본다. 처음 본 선물인양 놀라도 보고 마음에 드는지 눈치도 살핀다. 아이들은 재잘대며 감상평을 남기고 포토그래퍼에 빙의해 이리저리 구도를 재며 사진을 찍는다. 할 일을 다 마친 산타할머니는 한발 물러서 소파에 앉으려는 찰나 무릎담요사이로 삐쭉 나와있는 쇼핑백을 발견한다. 이게 뭐지? 쇼핑백사이로 살포시 보이는 선물상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말한다.

"산타할아버지가 엄마 선물 주고 가셨나 보네"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지난 여름 아이들과 함께 스벅을 갈 때마다 만지작거렸던 텀블러라는 것을. 보고 있었구나. 엄마의 눈길과 손길을. 몰래 간직하고 있었을 따뜻한 마음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함께 놓여있는 크리스마스분위기 물씬 풍기는 카드를 열어보자마자 나에게 건네는 산타따님들의 첫마디는 "○○이 어린이에게"였다. 어른이도 아닌 어린이라니. 그 순간 내 앞에 도착한 타임머신은 나를 나의 어린 시절로 데려다주었다. 트리에 진짜 양말을 걸어놓고 숨죽여 기다렸던 대여섯 살의 나에게로. 크리스마스아침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확인하고 나는 착한 어린이였구나 안도하던 순수했던 나에게로.


2살 터울 여동생과 세트로 받았던 예쁜 인형과 과자종합선물세트, 멜로디카를 원했지만 산타부부의 배달사고로 잘못 전해진 멜로디언까지. 어린 내가 받았던 선물들은 이제 남아있지 않지만 그때 느꼈던 사랑과 행복은 내 온몸 깊숙이 남아 오늘의 나를 만들었겠지.


이런 추억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남아 먼 훗날 삶이 힘든 순간에 언제라도 기댈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는 산타할머니의 마음과 엄마의 일상을 반짝거리게 빛내주고 싶었던 두 산타따님의 마음이 만난 올해 크리스마스. 영원히 잊지 못할 해피 크리스마스다.


사랑하는 산타따님 두분께.
내년에는 뭐줄까 고민하지 마시라고 갖고 싶은 선물 미리미리 알려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내년에 꼭 봬요.


아이들이 인스스에 올린 올해 산타할머니 선물
두 산타따님이 내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
어린시절 동생과 함께 산타부부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인형



오늘은 동기작가님들과 한시간 제한을 두고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하는 날입니다. 극J성향으로 미리 글을 써놓고 싶은 강렬한 유혹에 시달렸지만 딱 감고 퇴고없이 발행해 봅니다. 사진이 거의 반이네요. 알코올의 힘을 조금 빌렸어요. 재미있는 기회 만들어주신 임원진 작가님들께 감사드려요♡


끝으로 엄마가 글감이 없어 괴로운걸 어찌 알고 이렇게 훌륭한 소재를 떡하니 제공해 주신 산타따님 두분께 이 글의 영광을 바칩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3화나는 영원한 산타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