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의 중간 기착지 이르쿠츠크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이번에도 마중 나오기로 한 숙소 주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놀라지도 않고 배낭을 깔고 앉아 숲에 둘러싸인 듯한 역사를 둘러보며 기다렸다. 집주인의 차를 얻어타고 숙소에 갈 때 스쳤던 이르쿠츠크의 이미지는 짐을 풀고 나와 길을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따라 도심의 주요 도로들을 걷다가 당연스레 그곳의 중심에 위치한 광장과 꺼지지 않는 불길을 보고 공원으로 들어서자 더욱 확연해졌다. 나무들에, 숲에 둘러싸인 소도시. 오로지 기찻길만이 외부로 이어지는 광활한 자연에 둘러싸인 혹은 고립된 이르쿠츠크.
공원은 카자흐스탄에서도 모스크바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도 보았던 나무들을 넘어서는 높다란 나무들이 이루고 있는 울창한 숲에 가까웠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게 하늘 높이 자라난 자작나무들이 까마득히 아래 땅에서 오솔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굽어보는 듯 했다. 둘셋씩 짝을 지어 걷고 있던 이들이 금세 작아지고 나무들 속으로 사라져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그 풍경 속으로 나도 홀린 듯 걸어들어갔다. 흐릿한 하늘 아래에서도 여전히 자라나고 있는 여린 잎들이 신선한 연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금도 이르쿠츠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풍경. 그곳에 머무는 내내 흐릿했던 하늘과 그 아래에서도 매혹적으로 빛나던 깊은 숲. 감히 사람이 길들일 수 없는 오히려 사람을 길들이던 자연, 이르쿠츠크.
시베리아의 요충지로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르쿠츠크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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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의 자연, 이르쿠츠크를 둘러싼 환경이 조금 더 궁금하다면, 시베리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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