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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라비다바다 Dec 11. 2023

싱어게인 49호를 응원하는 이유

AJR - 100 bad days

요즘 싱어게인3를 보는데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명으로 49호가 떠오르고 있다. 우연히 몇 번 방송을 보게 된 나 역시 그의 팬이 되었는데 준수한 외모도, 설레는 목소리도, 발라드부터 리듬감 있는 곡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노래 실력도 좋지만. 그에게서 느낀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긍정적'이라는 거였다.  


그는 어릴 때 손가락 한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네 손가락으로만 기타를 친다며,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리고 2라운드 듀엣 무대를 앞두고는 파트너가 긴장된다고 하자 "가장 행복했을 때를 떠올려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가 내면이 참 단단하고 긍정적인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땐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있어서, 특히 이성을 좋아하는 데 있어서 외모가 매우 크게 작동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그 어떤 것보다도 누군가의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 점이 아주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렸을 때야 누구든 순수하고 밝고 해맑기 쉽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다들 삭막한 세상을 맛보아서 그런걸까. 

어른이 되어서까지 49호처럼 긍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특히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신분이 변하고 보니 '집가고 싶다, 재미없다, 일하기 싫다' 등 별로 듣고싶지 않은 부정적인 말들이 주변인들로부터 끊임없이 날라온다. 그 마음이야 나도 공감은 한다만, 힘이 잔뜩 빠진 말을 여기저기서 인삿말처럼 매일 듣는 건 영 달갑지 않다. 별 거 아닌 일에 푸욱 푸욱 한숨을 쉬고 신세한탄하며 부정적인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는 이들을 마주하면, 나는 마음의 문을 닫고 한발짝 조용히 멀어져본다. 어쩔 수 없다. 내 마음 속 에너지 한움큼 소중히 아껴서 보관하고 있는데 그것마저 사라지면 안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상 속에서 긍정적인 사람을 맞닥뜨리게 되면 그 존재가 어찌나 반가운지, 그땐 기꺼이 내 마음을 시원하게 내어주고 싶어진다. 

  



나는 지금 운이 좋게도 긍정적인 사람을 바로 내곁에 두고 있는데, 그건 바로 오랫동안 만나온 연인이다. 내가 그를 오래도록 좋아하는 데에는 그의 긍정적인 면모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그는 안좋은 일을 겪을 때면 늘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얼마나 좋은 일이 찾아오려고 내게 이런 일도 있을까" 그리고 내가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일이 생기면, 그는 내 불안과 걱정을 잠재워주는 말들로 나를 동굴 밖으로 계속 꺼내 주었다. 그리고 내 상황은 정말 그가 말한 대로 긍정적으로 풀리곤 했다. 나는 그 현상이 참 신기했다. 들을 때는 '에이' 하며 듣다가도 시간이 지난 후에 정말 그렇게 풀리는 걸 보면 마법 같았다.


그리고 긍정적인 그에게선 평소 내가 생각지 못했던 관점의 말이 나오곤 했다. 유년기 시절 크게 아팠던 나는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 병이 재발하지 않을까', '옛날처럼 아무것도 못먹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평소 은연 중에 있었다. 어느 날엔가 이런 걱정을 처음 드러냈을 때, 그는 담담하고 확고하게 말했다.

"원래 건강한 사람이었든 아픈 사람이었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아플 수 있는 존재야. 나이를 먹는데 안 아픈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잖아.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절대 할 필요 없어" 

사람이라면 원래 아플 수 밖에 없다는 그의 관점이 어찌나 긍정적이고 초연한지. 그 말은 나의 걱정을 단번에 떨쳐낼 수 있게 한 최고의 답변이었다. 




이렇게 긍정의 힘을 실감하고, 나 역시 매번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보자며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었다. 몇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밈인데 바로 '오히려 좋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보는 것이다. 언젠가 2층에 위치한 식당에 가려고 계단을 오르는데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2층? 뷰 좋아서 오히려 좋아!' 고작 계단 한층 오르며 헉헉대던 나는 그걸 보고 코웃음이 났다. 그 상황이 인상적이었던 나는 이후로 종종 그 문장을 떠올려 보곤 했다.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는 망가져있고 잔뜩 높은 계단만이 눈앞에 있을 때 '계단? 오히려 좋아 운동해야지' 생각하면 거뜬히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은 가벼운 상황 뿐만 아니라 자칫 무거운 상황에서도 적용이 가능했다. 가고 싶던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도 '오히려 좋아, 나랑 영 색깔이 안맞는 곳이었잖아. 내 개인 역량 쌓다가 나랑 찰떡인 회사에 들어가면 돼', 힘든 부서에 배치됐을 때도 '오히려 좋아, 여기서 배운 게 언젠가는 쓸모 있을거야" 등. 내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하지만 바라는 대로 되지 못했던 상황에서도 이 다섯글자를 이어 붙이면 긍정적으로 바꿔볼 수 있었다. 물론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건 여전히 쓰라리지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오히려 좋다'는 마법의 주문을 걸면서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서, 미래에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그때 그 실패가 정말 오히려 좋았구나'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마인드를 담은 노래를 발견하게 됐다. AJR의 100 bad days란 노래다. '사고로 손가락이 부러지고, 연인에게 차이고,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만들며 무명생활을 겪는 등 온갖 나쁜 일들이 있어도 오히려 좋아! 왜냐면 이게 결국 나의 재미있는 경험담이 되고, 날 흥미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테니깐' 이라는 가사다. 


내가 원하지 않는대로 일이 흘러간다 하더라도, 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그저 흥얼거려보자. 그리고 '오히려 좋아'를 습관적으로 내뱉어보자. 단 다섯글자로 생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단어니깐! 



오늘의 노래 
- AJR <100 bad days> - 
https://bit.ly/40VgcXx




100개의 나쁜 날들이 
100개의 재밌는 경험담이 되고
그 100개의 재밌는 경험담이 
날 흥미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거야 

난 이제 두렵지 않아 
더 이상 두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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