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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Oct 16. 2017

바람이 붑니다

Between you and me


검푸른 머릿결 같은 강물은

그를 둘러싼 도시 불빛에 찬란히 산란(散亂)하고

흩어진 물빛 따라 걸어내려 간 그 길에    

 

바람이 붑니다     


길가에 드러누운 풀잎 자락에도

어둠 속에 숨어 잠자던 풀벌레에게도

나무 사이사이 드리워진 거미줄에도     


바람이 붑니다     


맞잡은 손에 온기가 채 가시기 전에

살포시 끌어안아 두 뺨이 닿기 전에

마주보며 뒤로 걷던 발걸음이 멈추기 전에   

  

바람이 붑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깊은 동굴을 벗어나

따뜻한 햇살 아래 서 있던 이에게

용기 내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때     


바람이 붑니다     


두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두 발로 막아설 수 없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이에게로  

  

그렇게, 바람이 붑니다     




깜깜하지만, 맑고 포근한 봄날 같던 가을밤.     


발자국 소리, 들뜬 마음, 커다란 웃음소리로, 시공간의 개념이 무의미했던 그 자리.


허공을 맴도는 내 마음의 연줄.


창공 위로 떠올라 보일 듯 말 듯 멀어져 가다 연줄의 끌림에 다시 지상으로.


연줄만큼의 간격, 하지만 여전히 연결된 두 존재.  

   

그 사이로,

따스한 가을바람이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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