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you and me
검푸른 머릿결 같은 강물은
그를 둘러싼 도시 불빛에 찬란히 산란(散亂)하고
흩어진 물빛 따라 걸어내려 간 그 길에
바람이 붑니다
길가에 드러누운 풀잎 자락에도
어둠 속에 숨어 잠자던 풀벌레에게도
나무 사이사이 드리워진 거미줄에도
바람이 붑니다
맞잡은 손에 온기가 채 가시기 전에
살포시 끌어안아 두 뺨이 닿기 전에
마주보며 뒤로 걷던 발걸음이 멈추기 전에
바람이 붑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깊은 동굴을 벗어나
따뜻한 햇살 아래 서 있던 이에게
용기 내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때
바람이 붑니다
두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두 발로 막아설 수 없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이에게로
그렇게, 바람이 붑니다
깜깜하지만, 맑고 포근한 봄날 같던 가을밤.
발자국 소리, 들뜬 마음, 커다란 웃음소리로, 시공간의 개념이 무의미했던 그 자리.
허공을 맴도는 내 마음의 연줄.
창공 위로 떠올라 보일 듯 말 듯 멀어져 가다 연줄의 끌림에 다시 지상으로.
연줄만큼의 간격, 하지만 여전히 연결된 두 존재.
그 사이로,
따스한 가을바람이 스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