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정지
폭풍 같던 시간을 지나
마주한 그 자리에
솜털 같은 빛이 머무릅니다
수줍음에 눈 마주침을 피하다
보고픔에 고개를 들자
환한 미소가 기다립니다
불꽃같이 뜨거웠던 속삭임이
잠자던 내면의 기운을 끌어내어
본연의 빛을 발하게 합니다.
심장을 관통하는 애틋함이
흘러가는 시간에 묻어갈 때
그 시간이 멈추길 바랐습니다
함께였던 공간에
미세한 심장소리만 남아
눈 앞이 아득해집니다
마음이 가는 건 물의 흐름과 같아서, 가는 길을 막으면 흘러넘치거나 다른 방향으로 다시 흐르게 됩니다.
감정의 길이 여러 갈래라면 골고루 흘러갈 수 있을 텐데, 내 감정은 오직 하나뿐인 그 길, 한쪽으로만 계속 흐르려 합니다.
가지 말라 타이를 수도, 다른 곳으로 가자 유도할 수도, 여기서 그만이라며 멈추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 멈추어 모든 게 정지한다면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잠시 머무를 수는 있겠지요.
이 머무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영원처럼 기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