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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Mar 07. 2021

자양동 뚝방길 홍차가게

진심이 담긴 멋진 공간

여기가 한국이야, 유럽이야?

뚝섬유원지 부근, 한강 바로 옆 뚝방길을 걷다 보면 절로 발걸음이 멈춰지는 가게가 있다. 세련된 블랙과 화이트로 치장한 공간도 아니고 한 때 인기몰이였던 철골이 드러나는 구조도 아닌. 마리 앙트와네트가 살던 시대가 이러했을까 싶은 고풍스러운 감각의 카페.


기호식품의 꼭대기에 올라선 커피 대신 마니아층 두터운 홍차를 취급하는 홍차 전문점 "뚝방길 홍차가게"이다.


에메랄드 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예쁜 공간. 사장님이 직접 공수한 가구와 소품들로 가득한 그곳은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는 지인들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게 만들 만큼 독보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좀처럼 보기 힘든 매력의 카페여서일까. 역에서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이 곳의 애프터눈 티 세트는 언제나 예약이 가득 차 있고, 워크인으로 방문할 시에는 웨이팅이 당연한 곳이 되었다.


뚝방길 홍차가게가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인테리어 때문만이 아니다. 색다른 실내 장식은 물론, 홍차와 디저트 하나하나에 담긴 사장님의 진심 또한 이 곳에 특별함을 더한다.


이 곳은 홍차 전문가이신 사장님의 어머님과 파티쉐인 따님분의 장점이 만나 탄생한 곳이다. 구색을 갖추기 위한 티 혹은 개인이 선호하는 제품 몇 가지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가 엄선한 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홍차 전문점"인 것이다.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홍차란, 그저 '티백에 물 붓고 우려먹는, 향이 다양한 차' 정도로 분류되겠지만 사실 홍차는 커피 못지않게 섬세하고 예민한 차다. 그렇기에 뚝방길 홍차가게의 직원분들은 최고의 티 맛을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신다.


나도 이 곳을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찻잎은 저마다 최적의 맛을 내는 온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뚝방길 홍차가게에서는 그 모든 온도를 하나하나 맞춰서 준비해 주신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티가 조금 미지근하더라도 의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다기는 따뜻하게 데워 내어 주시고, 티팟 역시 선택한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준비해주신다. 함께 주문한 디저트 또한 팟과 최대한 비슷한 접시에 담아주시니 그야말로 섬세함의 끝을 만날 수 있다.


차의 종류는 아쌈, 얼그레이와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차부터 마니아 층이 두터운 차, 디카페인 차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좋아하는 향이나 맛을 말씀드리면 사장님께서 메뉴판에 없는 차까지 꺼내어 권해주시니 자신의 취향이 뚜렷하지 않다면, 티 전문가님들의 추천을 믿어봐도 좋은 경험이 될 거다.


부드럽고 푸근한 맛을 원한다면 이 곳의 밀크티를 적극 추천한다. 티 본연의 맛을 살리되 달큰함을 더해 누구나 다가가기 쉽게 만들었고 크리스마스 블렌드와 같이 시즌에 맞는 밀크티들이 출시되기 때문에 질릴 틈이 없다. 기본적으로 차게 제공되나, 얼음과 만나면 희석되어 맛이 변하기 때문에 가급적 얼음컵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마시길 권한다.


뚝방길 홍차가게를 빛나게 하는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바로 매일 직접 만드는 베이커리다. 홍차 하면 절로 떠오르는 스콘부터 다쿠아즈, 비건 쿠키, 타르트, 키토 제품 등 사장님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디저트들은 그 장르도 범위도 무엇을 생각하든 기대 이상이다. 게다가 초당옥수수나 딸기와 같이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사용한 시즌 디저트도 준비되니- 사장님이 얼마나 디저트에 진심이신지 느낄 수 있다. 


뚝방길 홍차가게가 처음이라면 가장 기본인 스콘부터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홍차와 가장 쉽게 어울리는 메뉴이기도 하지만, 스콘을 크게 즐기지 않는 내 기준 서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플레인 스콘을 반으로 갈라 클로티드 크림과 마멀레이드를 듬뿍 발라먹는 그 맛이란! 달콤함과 묵직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 순간 쌉쌀한 홍차 한 모금 마시면 순식간에 타국으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드셔 보셨으면 하는 메뉴는 넛츠 샌드이다. 얇고 바삭한 쿠키 사이에 통견과류를 갈아 만든 필링을 넣은 쿠키 샌드인데,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음료와 잘 어울린다. 플레이버는 아몬드, 캐슈넛, 피스타치오 총 3가지로 셋 다 과하게 달거나 무겁지 않아 먹으면 먹을 수록 밸런스를 잘 맞췄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인기가 좋은데다 파는 날이 많지 않은 제품이니, 판매 공지가 올라오면 미리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티 전문가이신 어머님과 그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는 파티시에 사장님의 신념이 만들어낸 특별한 공간. 뚝방길 홍차가게. 공간을 즐기면서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 생각하는데 이 곳은 컨셉도 맛도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다. 어디론가 떠나기 힘든 요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면 지금 뚝방길로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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