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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Dec 05. 2020

잠실새내 효모 빵집

사람이 좋아서, 빵이 좋아서

저번에 주신  먹고 충격받았어요.
너무 맛있어서



샌드위치 가게, 지역 명물 베이커리, 동네 빵집 겸 카페, 자그마한 맥주집 등-

강릉에 계신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들르는 곳들이 있다. 외로운 시절 나에게 힘이 되어준 내 마음속 단골 가게들.


그중 샌드위치 가게 사장님은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본 것은 아니지만, 빵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 어쩐지 빵 친구처럼 느껴져서 부모님께 드릴 간식거릴 살 때면 늘 넉넉하게, 조금 더 많은 양을 사서 나눠 드리곤 했다.


마침 강릉에 가기 전 들렀던 곳은 잠실새내 효모. 

친숙하지만 낯선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샌드위치 가게로 향했고, 효모에서 산 빵을 한 봉다리 선물하고서 나의 갈 길을 떠났었다.


그리고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쉐프님께서는 효모 빵집의 빵이 너무 맛있어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매일 직접 빵을 구워 샌드위치를 만들던 프로 사장님께서 이렇게 극찬을 하시다니. 그저 선물만 했을 뿐인데 내가 다 뿌듯하고 벅차올랐다.








칭찬의 주인공인 효모 빵집은 잠실 새마을 시장에 위치한 동네 빵집이다. 제빵사 부부 두 분이서 운영하시고 성인 3-4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자그마한 가게이지만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빵의 맛은 결코 작지도 가볍지도 않다.



봉긋하게 잘 부풀어 오른 페이스트리부터 건강함이 물씬 느껴지는 하드빵, 한 끼를 책임져 줄 식빵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그 종류가 상당해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던 곳이었는데, 최근에는 사워도우, 바게트 같은 하드 계열에 초점을 맞추신 듯 가짓 수가 많이 줄었다. 


하여 이 곳은 간식으로 빵을 즐기는 분들 보다는 식사로 생각하시는 분들께 더 추천하고 싶다. 호밀의 구수함과 시큼함을 즐길 수 있는 호밀빵에 가볍게 버터나 잼만 곁들여도 좋고, 조금 더 실력을 발휘해 바게트에 햄, 치즈, 채소 등을 더한다면 든든하고 영양가 넘치는 한 끼가 완성된다. 


촉촉하고 쫄깃한 치아바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치아바타 역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치아바타는 겉도 속도 말랑한 쪽과 겉이 살짝 바삭한 쪽, 둘로 나뉘는데 효모의 치아바타는 후자에 속한다. 한 입 베어먹는 순간 "파사삭" 소리가 귓가를 먼저 자극하고 이어 구수한 향과 맛이 혀와 코를 가득 채워 음미할 수록 깊은 맛이 난다. 



하드빵에 이제 막 입문한 분들이라면 앙버터와 바질 바게트, 호박 고구마 에삐로 시작해보시라. 빵 자체의 구수함은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팥 앙금과 버터, 직접 만든 향긋한 바질 페스토, 달콤한 호박 고구마가 전체적인 맛을 잡아주어 한결 다가가기 쉬우실 거라 생각한다. 


(이 곳에서 직접 만든 유자 바질페스토도 소분하여 판매하시니, 바질 바게트 하나의 양이 부담스럽다면 소스를 별도로 구매하여 좋아하는 빵에 곁들여 먹어도 좋다.)



맛과 함께 이 곳을 빛나게 하는 건 친절하신 사장님 내외분이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아끼지 않으시고 기다린 손님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시는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님에도 '선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고, 빵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조심스레 포장하는 손놀림에 '정말 빵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무더위 속에서도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커팅한 빵 한 조각을 오물거리며 돌아오는 길. 이 맛을 함께 나누었던, 지금은 사라져 만날 수 없는 강릉의 샌드위치 가게를 떠올렸다. 벌써 몇년 째 같은 일을 반복함에도 변하지 않는 퀄리티, 방문객의 편안함을 고민하는 사장님들의 노력이 있으니 '프로가 프로를 알아본 거겠구나'싶은 마음이었다. 




좋은 재료에 진심어린 마음이 더해져 만든 이의 푸근함까지 느낄 수 있는 잠실새내 효모의 빵. 주인을 꼭 닮은 구수한 빵맛이 궁금하다면 다가오는 주말, 잠실새내 새마을 시장에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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