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훈이 Jun 23. 2022

홍대입구 카페 장쌤

소박함 속에 담긴 특별함



2014년 11월. 반지하 계단을 내려가 처음 카페 장쌤의 문을 열었던 그 순간 직감했다.

나는 이곳을 자주 오겠구나 - 하고.


2014년의 카페 장쌤


당시 나는 빼빼로 데이를 앞두고 특별한 과자를 찾고 있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얇고 기다란 모양 말고, 뻔한 토핑이 올라간 것도 말고. 이성에게 주는 것이 아닌 오직 나와 자매님을 위한 선물이기에 진짜 맛있고 개성 있는 빼빼로가 먹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홍대 카페 장쌤에서 수제 빼빼로를 만드는 걸 알게 되었고, 비주얼에 반해 바로 홍대로 달려갔다.


부부아님 / 추억의 인테리어


번잡한 홍대 거리에서 살짝 비껴 나 있는 그곳은 굉장히 따스했다.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정겨웠고 곳곳에 놓인 패브릭 제품들이 푸근함을 더해주었다. 자그마한 쇼케이스에는 꽤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가 들어 있었는데, 단호박, 흑임자, 딸기 등 재료 본연의 색감이 살아있어 알록달록함이 인상적이었다.



no 밀가루 단호박케이크 / 아몬드 플로랑탱

아몬드, 크로캉, 딸기 쿠키  색색의 빼빼로를 종류별로 담고,  자리에서 케이크도  조각 맛보았다. 초창기 시그니처였던 밀가루 없이 만든 단호박 케이크였는데, 묵직한 식감  달큰하게 피어나는 단호박 향이  진해서 첫눈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달콤함에 눈을  나는 카페 장쌤을 위해 홍대를  자주도 갔다. 취업 준비가 한창일  자기소개서를 쓰러 가고, 지방에 계신 부모님 생신 때는 홀케이크 들고 순천까지 가는가 하면 신메뉴가 나오면 가장 먼저 먹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케이크부터 푸딩까지 거를 타선이 없는 장쌤의 손맛

그렇게  년이 지나는 동안, 카페 장쌤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흔치 않았던 다쿠아즈를 만들기 시작한 시점부터로 기억하는데) 알음알음 찾는 이가 늘었고 사장님이 집필하신 책도 여러  출간되었다. 지금의 자리로 장소를 옮기고 디저트 택배도 시작하셨으며 얼마 전에는 일산에 2 점도 냈다.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와 같은 시즌이 되면 디저트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유명해져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현장 구매를 하는 이들로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세상에 맛있는 디저트 집은 많다. 괜찮은 졸업장과 경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 만큼, 새로운 곳들 또한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데서 오는 행복. 그걸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던 곳이 나에겐 카페 장쌤이었다. 때론 계절을 담고 때론 집안 어른들의 손맛을 담아 만든 정성 가득한 디저트가 주는 즉각적인 즐거움은 물론이거니와, 공간이 주는 아늑함, 한결같이 순수하고 친절한 사장님 남매분까지- 익숙한 만큼 특별하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봄 / 여름 / 가을


겨울~봄에는 딸기향이 넘실대는 프레지에가, 여름에는 향긋한 복숭아 케이크가 맞아주는 곳. 가을에는 묵직한 매력의 가을 파운드와 수제 빼빼로가 있고 사계절 내내 맛있는 다쿠아즈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장쌤. 13년 차 빵 덕후 생활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엔 홍대로 가보시길 :)



이전 10화 자양동 뚝방길 홍차가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