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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Mar 31. 2017

왕십리 드소영 (de soyoung)

한 편의 동화 같은 디저트



많은 디저트들이 그러하지만, 그녀의 디저트를 보며 '한 편의 예술작품 같다.'라고 생각했다.

예쁜 패키지, 비주얼, 다채로운 식재료의 사용이야 많은 이들이 하는 것이지만, 마카롱 세트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담는 이가 또 누가 있을까. 



차의 정원 에디션




차의 정원, I wish~ 등 소영님의 새로운 에디션이 나올 때면 마카롱 구입 계획이 없어도 글을 클릭했다.

엄밀히 말하면 상품 설명이었다. 엄지와 검지로 만들 수 있는 원의 크기만 한, 자그마한 마카롱 소개 글.

하지만 '나를 사주세요.'라던가 '내가 최고야'라는 부담스러운 메시지는 들어있지 않다. 에디션의 탄생 배경, 받는 이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맛과 디테일이 녹아 있는, 읽는 이를 위한 '안내서'에 가깝다.


작은 스크롤바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홀린 듯 글을 읽게 만드는 마성의 흡입력에 달콤한 음악, 마카롱의 탄생 비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 하나 둘 궁금증이 떠오르곤 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몇 번의 셔터를 눌렀을까?'

'생소한 허브마카롱에 담아낸 영감은 어디서 받은 걸까?'

'동화 같은 설명과 BGM을 통해 그녀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 걸까?'



소영C 작업실 


디저트에 스토리를 담아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왕십리 디저트 전문점 드소영(de soyoung).

주로 플리마켓과 블로그에서 활동해 온 소영님은 몇년 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더 다양한 이들에게, 수준 높은 디저트를 손보였다. 때론 제철 과일을 담고, 때론 저 먼 나라에서 건너온 특별한 재료를 담으며 그렇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왔다.


드소영의 시작이었던 마카롱은 상시 판매되는 메뉴들이 있고 시즌 한정으로 판매되는 라인들이 있는데, 무작정 예쁘기만 한 건 절대 아니다. 생소한 찻잎부터 허브까지 마카롱들은 저마다 색이 분명하기에 한번 이곳의 마카롱을 맛보면 절로 다음 신메뉴를 기대하게 된다.



한 입 먹자마자 느껴지는 '우아함'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드소영 마카롱 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폭신하면서도 쫀득함이 살아있는 꼬끄와 필링의 밸런스가 일품이고 바질 올리브 토마토 딸기, 장미와 오렌지꽃 향에 생강을 더한 마카롱, 팔각/카다멈/정향/계피 4가지 향신료를 담은 맛등 개성 넘치면서도 과하지 않은 맛들이 마카롱에 대한 편견을 깨준다. (k-마카롱, 일명 뚱카롱에 지치신 분들이나 프랑스 본토의 마카롱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마음에 드실 거다)


조합은 상상할 수 있다 해도 이를 맛으로 구현해내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터. 그 재료들이 저마다 강한 특색을 갖고 있을수록 더더욱 그러하기에 소영님의 디저트는 특별하고 귀하다. 




마카롱이 대표 메뉴이지만, 다른 디저트도 충분히 훌륭하다. 평소 롤케이크를 즐기지 않는 내가 찾아 가서라도 롤을 사먹는 곳이 딱 두 곳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드소영이다. 일년에 한 번 정도 맛볼 수 있지만 폭신한 케이크와 사르르 녹아내리는 크림의 조화를 한 번 맛보면 매년 그 시즌을 기다리게 된다. 


새해에 꼭 먹어줘야 하는 갈레뜨 데 후와 역시 빵켓팅이 필요한 아이템. 아몬드 크림이 듬뿍 들어간 오리지널과 올해의 맛이 준비되는데, 군고구마 유자가 들어가 있을 때도 있고 화이트 트러플이 더해질 때도 있다. 버터향이 넘실대는 파이지에 묵직한 아몬드 크림, 거기에 포인트 맛까지! 홀 파이 주문에 실패했다면 현장에서 조각으로도 구매 가능하니, 매년 1월 잊지 말고 드소영을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지금의 드소영을 만든 특별 공신 중 하나인 수제 캬라멜도 꼭 한번 맛보셨으면 좋겠다. 프랑스 최고급 소금 플뢰흐 드 셀이 들어간 단짠단짠 소금 카라멜부터 고소한 우도 땅콩을 담은 카라멜, 달큰한 대추향이 매력적인 대추 카라멜과 신메뉴 패션프룻 카라멜까지 - 진한 풍미 끝에 오는 부재료의 맛이 절로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 준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니 서울에 거주하지 않아 슬프셨다면, 소영님의 인스타와 스마트 스토어를 자주 들여다보시길 추천드린다. 




어느 날엔 프랑스 정원이, 또 어느 날엔 누군가의 소망이- 때론 솔로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드소영의 디저트. 스토리를 가진 디저트들이 다음에는 어떤 주제로 나를 찾아올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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