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안정을 쫓지 않기로 한 내가 택한 것들

by 비나 Binah


이 브런치북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에서 남겨두는 기록이다. 뒤죽박죽한 서랍 같던 생각과 마음들을 갈무리하고, 더 선명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편지.



‘나’로부터 시작하는 일


사기업과 공공기관을 오간 8년 간의 직장생활. 경영 악화와 구조조정의 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진로를 고민하고 방황했던 과정. ‘길을 돌아왔다’는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던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게 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직접 겪고, 넘어지고, 아파본 덕분에 지금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거라고. 유명한 말마따나 헤맨 만큼, 딱 그만큼 내 땅이 된다.

이제는 ‘나’로부터 시작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저 경제활동으로서의 일을 넘어, 내가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 그동안은 무심코 일과 나를 분리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도 실현해보고 싶다.


목표했던 학교나 회사에 들어간다고, 어떤 지점에 다다른다고 끝이 아니라, 사실은 매번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도달이 아니라 계속해서 점을 찍으며 나의 궤적을 그려가는 것, 그 자체가 삶이라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회사에 숨거나 기대기보다, 일과 삶의 주도권을 단단히 쥐고 주체적으로 설계해나가고 싶다. 충만한 하루하루를 위해서도,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그 첫걸음으로 ‘세상의 사유를 늘리는 콘텐츠 에디터’라는 나만의 시작점을 정했다. 성찰, 탐구, 공감이라는 나의 핵심가치와 글쓰기라는 도구를 가지고, 새로운 궤적을 그려보려 한다.



실행해 보면 알게 되는 것들


이 목표를 가지고 지난 10개월 간 쉼 없이, 다양한 실험, 공부, 만남을 해왔다. 글쓰기 모임, 인터뷰 뉴스레터 사이드프로젝트, 뉴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 연재, 출판사 독자 모니터단, 브런치북 연재, 각종 북토크, 세미나, 강연, 스터디 참여까지…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분주한 나날이었다.


기세가 올라왔을 때 달리고 싶었다. 여차하면 다시 관성에 끌려갈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고, 스스로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전과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려 노력했다. 호기심이 이는 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일은 무조건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달았고, 그걸 하나씩 깨뜨렸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은 벅차고, 설레고, 즐거웠다. 가장 신기한 점은 그렇게 살다 보니, 그게 진짜 내가 되어갔다.


무엇이든 시도해 보면, 생각지 못한 기회들이 연결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고, 모이고, 연결되고 싶어 한다. 환경이 정해준 인연이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찾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나에게 깊고 큰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만남을 즐기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깨달음은 정말 큰 변화였다. 스스로 움직이기만 하면, 나와 닮은 사람들, 내가 되고 싶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고, 그렇게 한 발짝씩 그 세계에 가까워진다. 실행이 길을 만든다면 사람은 방향을 잡아주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흔들리며 꾸준히 걷는 연습


에디터로서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이 여정의 초입에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또 다른 질문이었다. 내 ‘본진’이 무엇이 될지 찾고 싶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나름 형태가 잡혀가는 중이다. 그리고 결국 깨달은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 단번에 계시처럼 오는 건 없었다. 꾸준히 쌓고, 관찰하고, 연결하는 걸음들만이 나를 앞으로 이끌어준다.


조급하고 불안한 순간은 지금도 여전히 찾아온다. 다시 소속감을 느끼고 싶고, 고정 급여를 벌고 싶다. 이 시간이 무한정 길어질까 두렵기도, 너무 고된 길을 택한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마음속으로 방황하고 또 돌아오기를 반복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돌아오는 길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 일상의 루틴으로 나를 다시 이끌어오는 법, 나를 다독이고 중심을 회복하는 법을 이 시간을 통해 계속 익혀가는 중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삶의 전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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