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큰 물줄기가 바뀌는 순간을, 사람은 살면서 몇 번이나 경험하게 될까. 외부 상황이나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변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나라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변화.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면, 특히 나이를 먹으며 한 번쯤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계속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걸까?” 라는 삶의 물음표가 떠오르고, 무언가 충족되지 않는 공허감과 허무함이 찾아오는 시기. 그때 비로소 인생의 중심추가 타인에서 나에게로 옮겨오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누군가는 책을 통해, 누군가는 사람을 통해. 나의 경우 ‘씽프로젝트’ 라는 8주간의 교육 프로그램이 그 전환점이었다.
가까스로 도착했다고 믿었던 종착지에서 또다시 낭떠러지로 밀려났을 때, 깨달았다.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이직이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커다란 돌덩이 같은 인생의 물음표들을 가슴에 얹은 채, 또다시 나를 받아줄 만한 회사를 찾는 일은 이제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절박한 심정으로 다른 답을 찾고 싶었다. 그때 내 눈앞에 나타난 씽프로젝트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교육은 예상보다 더 치열했고,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주었다. 핵심은 ‘나’를 깊게 들여다보는 과정, 그리고 선생님이 수 년 동안 연구하신 삶과 일에 대한 관점을 배우는 거였다. 8주 동안 매일 새벽 1시, 2시까지 나의 삶을 복기하며 써낸 24개의 글쓰기 과제는, 교육이라기보다 자기수련에 가까웠다.
나는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타인의 기준과 욕망을 처음으로 분리해보았다.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그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글로, 생각으로, 몸으로 익혔다. 늘 생각이 많아 행동이 약했던 내가 ‘일단 해보면 뭔가 바뀐다’는 감각을 배웠고, 그게 내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마지막 수업 발표에서, 나는 인생을 바다에 비유했다. 끊임없이 흐르고, 때로는 따뜻하지만, 때로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신기루 같은 안정만을 쫓았던 나는, 흘러가지도, 파도가 치지도 않는 바다에 닿고 싶어했던 거였다. 세상에 그런 바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바다의 흐름에 너울너울 몸을 맡기고, 수영하는 법, 서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배는 선착장에 매여있을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결국 내가 받아들인 결정적인 사실은 “삶의 본질은 모험이다” 라는 메시지이다. ‘불안정’이라는 삶의 속성을 인정하고 나서야, 그토록 바랐던 안정이 사실은 허상이었다는 걸 완전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모험을 선택하기로 했다.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되기 위해서. 내가 소망하는 충만한 하루를 살기 위해서, 그리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내 힘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내가 배운 내용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나를 괴롭히던 불안이 줄어들었다. 마치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전보다 홀가분하고 편해진 걸 보면 이 방식이 나에게는 맞는 것 같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이 길을 걸어가는 지금의 내가, 이전의 나보다 더 마음에 든다.
불안도, 조급함도, 방황도 여전히 있다. 그런 것들이 완전히 제거된 인생은 없지 않을까. 다만 이제는 그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나를 다독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전에 없던 회복력이 생겼음을 분명히 느낀다. 전보다 빨리 일어나는 법을 배웠고, 현재에 집중하는 법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예전과는 다르게 해석하고,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전보다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보다 자유로워진 나를 느낀다. 이렇게 내가 원하던 삶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
“삶의 모든 원기를 흡수하라. 인생은 너무도 짧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모험 정신이 필요하다. 위기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더욱 심오하고 활기 넘치는 존재가 될 수 없다.” 『인생학교 일』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