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사라진 시대
[단상 1]
얼마 전
'1인 가구를 위한 요리 수업'을 들은 적 있다.
구청에서 마련한 5주짜리 프로그램으로,
스스로를 챙기기 어려운 1인 가구들도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고품격 요리를 가르쳐주겠다는 취지였다.
초계국수나 부침개 같은,
사 먹긴 쉽지만 만들어 먹기엔 어려운 요리를 공유 주방에서 배웠다.
괴상했던 점은
이것이 2030 청년들만으로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1인 가구의 식사 문제라면 4060 남성의 요리 수업이 가장 시급할 터다)
뿐만 아니라 구청은
성별을 5:5로 나누어 모집했고
요리팀 구성도 남녀로 짝짓고
유치한 사전 OT로 온갖 게임을 통해 남녀를 친하게 만들려고 애썼다.
요리판 <나는 솔로>였달까.
수강생들은
이것이 저출산 타개를 위해 만든
국가의 비밀스러운 연애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몇몇은 상당히 기분 나빠하며
수강을 도중에 포기했다.
결혼과 출산에 미친 대한민국을 저주하면서 말이다.
[단상 2]
대한민국에서
2024년 2월 기준으로 2030 모태 솔로 비중은 57%다.
미디어에선 이름만 조금씩 바꾼 연애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데
정작 청춘들은 연애에 무심하다.
1991년 연애하는 사람의 비중이 53.9%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29.4%까지 떨어졌다.
대한민국 청춘들 3명 중 2명은 연애를 하지 않는다.
[단상 3]
온라인만 보면 분명 연애에 미쳐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왜 다들 연애를 안 하는 것일까?
위 기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사는 가장 많은 응답 내용을 조명했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상황이 나아지면(학업/금전적 이유)
또는 기회가 온다면(만날 기회가 없어서)
52.6%가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
즉,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자의가 아니다.
여성의 경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만날 기회가 생기면
연애를 하겠다는 비중이 32%다.
반면 '혼자가 편하고 연애가 귀찮아서'의 비중이 44%다.
즉,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다.
남성은 연애를 하고 싶지만 못하고
여성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다.
이 차이가 연애의 멸종을 불렀다.
[단상 4]
그 좋은 연애를 왜 안 할까?
나는 이것이
국내 언론에서 차마 다루지 못하는
남녀 인식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시대는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낡디 낡은 중년의 언론들은
고전적 가족/연애 숭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여성을 향한 남성의 인권 인식이 후퇴하는 것을 지적하지 못하고
여성들이 연애를 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을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멸종의 연애>를 써보려 한다.
언론이 말하지 않는 포인트들을 써보고 싶다.
이 시리즈의 제목이
'연애의 멸종'이 아닌 '멸종의 연애'인 것은
연애/결혼/출산에 미친 대한민국을 비꼰 것이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멸종하고 있는 한국인의 연애란 무엇일까 되묻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같은 고민들이 해결되어야
연애하고 싶은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오늘도 평화롭기를!
다음 주 금요일에 글로 만나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