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 연재를 시작할까,
어떻게 글을 쓰면 내가 가장 마음 놓고 쓸 수 있을까.
제가 요즘 브런치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제가 제일 필사를 많이 한 글은
김훈 작가의 <무사한 나날들>입니다.
그 에세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든지 불행이 되든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를 바랐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또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기를 바랐다. (중략)
다시 눈을 뜨고 이 살아 있는 동안의 시간들을 들여다보니, 거기서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누렇고 붉은 열매들이 열린다. 그리고 태어난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시간 속에서는 덧없는 것들만이 영원하다. 모든 강고한 것들은 무너지지만, 저녁노을이나 아침이슬은 사라지지 않는다. 갓난아이가 여자로 자라는 기적과, 영원히 덧없는 것들의 영원함만이 구덩이(무덤)를 기다리는 이 무사한 그날그날의 행복이다. 나의 행복은 이처럼 작고 초라한 것이다."
이 글을 수백, 수천 번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나의 삶의 행복이 찾아온다면
작가님의 말씀처럼 작고 초라한 것임에 분명하다고.
폭풍 같은 20대를 지나
평화로운 물결에 몸을 맡긴 30대.
저는 이제야 제 자신과 친구가 되어
매일매일 무사하게 보내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인들은
요즘 제가 참 알차고 행복하게 산다고 하면서
그 삶을 글로 쓰면 안 되겠냐고 하기에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
(사실 글이 뭐 별 거인가요.
생각과 자음과 모음을 뒤섞어 뱉어내는 날숨과 다름이 없습니다.)
올해 제가 쓸 글은
제 일상에 대한 글로
금요일 연재가 아니라
가장 마음이 열린 순간에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 연재를 하여 구독자분들께
번거로운 알람을 보내고 싶지 않아
그 전의 연재글에 이어 같은 페이지로 이어나갑니다.
(다만 제목은 바꾸어두었습니다.)
다들 독감 조심하시길.
- 유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