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연애
30대 초반까지
연애에서 맞춰가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돈을 쓰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식성까지
맞지 않은 수십개의 상수를 맞대고 또 맞대면서
네모틀에 제 자신을 밀어넣는 느낌이었죠.
저는 최대한 상대에게 맞추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았구요.
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카운팅을 했어요.
내가 결코 참을 수 없는 차이를 연인에게서 5개 이상 찾으면
헤어지기로 했죠.
그래서 저는 숨은 그림 찾기하는 것처럼
상대의 단점을 찾았고
그 차이가 극복될 수 없음을 확인 후에는
미련없이 돌아섰어요.
내 노력으로 이길 수 없는 차이는
결코 극복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사랑 회의론자에 가까웠습니다.
무조건 참거나 상대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저와 '비슷한' 사람을 찾고 싶었어요.
제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편안하도록.
잘 맞춰가기 어려운 연인과 잘 지내는 법은 무엇일까요.
나와 화를 내는 방식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사람과 잘 조율하며 연애하는 법.
어떤 연애 칼럼니스트는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에게 맞출 것이고
아니면 헤어지라고 하더군요.
다른 어떤 틱톡커는
직장 상사처럼 명확하고 단호하는 어조로
요구하는 바를 연인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하고요.
그런데 제가 요즘 깨달은 것은
제게는 둘다 정답이 아닌 것 같다는 거에요.
오히려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Sweet sarcasm'이었습니다.
한국말로 하면
'친절한 비꼬기' 정도일까요?
상대의 무언가가 정말 마음에 안들 때는
장난반 진담반으로
'그래서 네가 그↗ 렇↘게 행↗ 동↗ 하↘는↘거↗구↘나!?'
'오호라, 그↗렇↘게 생각한다 이↗거↗지?!! 진↗심↗이↗지?!!'
라고 웃으면서 얘기해보는 거에요.
(스타카토나 억양을 과하게 넣으면 좀 더 효과가 좋았던 거 같습니다??)
물론 심각하거나 화난 제스쳐는 아니고
너의 의견이 내겐 좀 짜증나고
네가 좋게 맞춰줘야 할 타이밍이라는 신호를 주는거죠.
싸움이 아니라 그냥 툭 한 번 치는 느낌이랄까요.
한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에게 자신의 불편한 의도를 전달할 때
코로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처럼요.
그런 식으로 말했을 때 오히려 상대는
제게 불편한 감정을 주고 있다는 걸 단번에 이해하고
더 적극적으로 조율하려고 했었어요.
싸움이나 정색으로 꼭 해결할 필요가 없더라구요.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봐 내 마음 안에서 끙끙 앓을 필요도 없구요.
상대에게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고 싶을 때,
습관이나 행동의 변화를 요청하고 싶을 때
무조건 정답으로 직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칭찬 후에 제안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너의 목소리를 좋아해. 더 듣고 싶으니까 전화 좀 자주 해줘.'
'네가 설거지를 잘하니까, 설거지는 네가 전담하는거다?'
'네가 평소에 노력하는 거 잘 알아. 그런데 요거 정도만 더 해주면 내가 진짜 편하지.'
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을 어려워해요.
똑같은 말이라도 상대를 칭찬하면서 시작한 말은
뾰족하게 들리지 않고 들어볼 만한 말이 되거든요.
마음의 문에 칭찬으로 노크를 하고 들어가면
연인과의 조율이 좀 더 쉬워지는 것 같아요.
사실 위에서 언급한 사랑의 기술들은
연인뿐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유효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사소한 방향 전환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면
좋은 정답이지 않을까요?
당신의 하루가 오늘도 평화롭고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
표지 이미지: Two Lovers by Vincent Van Gogh
본문 이미지: Sunflowers by Vincent Van Go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