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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Mar 22. 2018

아빠의 마음

내 인생의 든든한 선배

일주일에 한 번은 아빠와 통화를 한다.

물론 보통 아빠를 시작으로 엄마와 통화를 마무리한다. 가끔 아빠가 먼저 연락을 하시는 때가 있다. 

어제가 그랬다. 사위가 한국에 나와 있는 동안 혼자 인도에서 있을 딸을 걱정하였었나 보다. 


아빠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분이다.

아빠의 장모님이신 외할머니에게 자주 전화하시는 것은 물론이고 사돈인 홀로 되신 우리 어머님께도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도 자주 안부를 전하는 분이시다. 

그래서 나는 아빠를 안동 양반이라 부른다. 평생을 안동에서 살아오신 아빠는 남을 배려하는 생활을 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지고 사시는 분이니까.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양복 일을 배우러 서울로 향했던 아빠.

양복 일에 야채장수 그리고 택시를 거쳐 지금은 건축 일을 하신다. 한마디로 매일매일 힘든 막노동을 하고 계신다. 매일 새벽 5시면 작업복과 작업화를 신고 집을 나가는 아빠. 60대 후반의 나이에 뜨거운 태양 볕 아래서 때로는 추운 날씨에 다리를 만들고 길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했다.

사람들을 잘 대하는 아빠의 장점 때문이었을까. 사람들은 아빠에게 건축 공사장의 반장 역할을 맡겼다. 건축에 대해 배운 것도 없었고 그저 몸으로 뛰며 배웠던 아빠. 몇 년 전 공사장 반장으로 일하게 되었다며 나에게 자랑하시던 아빠의 목소리에서 나는 자부심을 느꼈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만 나올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 자부심이었다.

아빠는 공사장 반장이 된 후로 저녁이 되면 복잡한 건축 설계도를 집에 가져와서 따로 공부하셨다. 동생이 쓰던 작은 방에 앉아 큰 종이를 펼쳐 놓고 공부하시던 아빠. 

나는 그런 아빠가 항상 자랑스러웠다.      


“해옥아 잘 있니?”

“네 아빠. 잘 지내고 계셔요? 감기는 좀 어떠세요?”

“인제는 좀 괜찮아졌다. 배서방이 없는데 힘들지는 않아?”

“괜찮아요. 씩씩하게 잘 있습니다.”

“아빠는 일하시는 거 어떠세요? 많이 힘드시죠?”

“야. 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계속해서 일 해야지. 그저 요즘은 나중에 내가 죽는다면 갑자기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파서 오래 너희 고생시키지 않고 말이야.”

“아빠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아니야. 내가 너희한테 짐이 되면 안 되지. 아파서 고생시키면 너희가 얼마나 힘들겠니?”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아빠의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빠의 말은 진심이었다.

물려줄 것 없는 부모가 아프기까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아빠. 

자식들에게 절대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아빠의 마음. 

어쩌면 건축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빠의 일이 이제는 조금 벅차게 느껴져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도 모른다.  

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녹슬어 없어지는 것보다는 닳아 없어지는 것이 훨씬 낫다고 이야기하시던 아빠의 모습이 생각났다.  먼지로 뒤덮인 채로 집에 들어오시던 아빠가 생각났다.   


어렸을 적 무섭게 만 느껴졌던 아빠가 이제는 더 이상 무서운 분이 아니었다. 

삶에 지친 뒷모습도, 세월에 변하는 아빠의 마음도 내게 보여 주시는 아빠는 내 인생길에 가장 든든하면서도 애틋한 인생 선배로 자리 잡고 계셨다.     

 

나중에 아빠가 나이가 들어 몸도 마음도 약해질 때 내가 아빠 곁에 있어주고 싶다. 

아빠가 평생을 나를 위해 힘이 되어주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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