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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pr 02. 2018

엄마의 군자란

나는 군자란이 예뻤다. 그리고 군자란 보다 엄마가 더 예뻤다.

며칠 전 엄마 이름이 뜬 카톡이 떴다.

“해옥 아 엄마 카톡이 데이”

어설픈 뛰어 쓰기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울 엄마 출세하셨네....” 

몇 년간 연분홍 빛 폴더 폰만 사용하시던 엄마가 드디어 스마트폰의 세계로 입문하신 것이다.

폴더 폰을 스마트 폰으로 바꿔 준 것은 아빠였고 거기에 카카오톡을 설치해 준 것은 출장 갔다 들른 남편이었다. 

몇 년 전부터 아빠가 스마트폰을 사주겠다고 이야기하면 절대 필요 없다고 말하시던 엄마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도 싫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야. 아직까지 스마트 폰이 너무 불편하데. 몇 번 눌러도 잘 안 눌러지고 다른 게 눌러진데이......”

엄마는 폴더 폰을 어려워하셨지만 또 그렇게 스마트 폰에 적응해 가셨다.     


금요일 오후였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방을 정리한 후 오랜만에 카톡을 열었다. (사실 핸드폰이 고장 나서 요즘은 컴퓨터로만 카톡을 확인하고 있었다.)

일상적으로 받는 단체 메시지와 출장 간 남편의 메시지가 있었다.

그리고 엄마였다.

엄마는 새로 산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10장이나 보내왔다. 

군자란이었다. 매 해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엄마의 작은 화단에는 군자란이 핀다. 

다른 꽃들보다도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엄마는 군자란이 활짝 필 때면 꼭 아빠와 같이 군자란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때로는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교회에 가져가 꾸며놓기도 하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의 새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엄마가 보내온 사진의 군자란은 진한 주홍색깔의 여러 꽃 봉우리들이 하나가 되어 자신만의 미를 뽐내고 있었다. 군자란도 그 군자란을 키우는 엄마도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엄마는 10장의 군자란 사진을 내게 보낸 후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옥아이쁘지옥이보다는아니지마는..”      

띄어쓰기도 없이 쓴 엄마의 메시지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를 냈다.

“아~ 엄마.”

평생 써보지 않았던 스마트 폰에 떠듬떠듬 글자를 입력하고 있었을 엄마의 손을 생각했다. 

그리고 꽃을 보면서도 멀리 있는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느꼈다.

나는 러브레터를 받은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엄마는 일상적이다 못해 따분했던 내 삶에 설렘을 선물해 주었다. 

항상 내편이셨던 엄마가 이제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소녀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내 절친인 엄마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나는 엄마에게 답장을 보냈다.

“아. 엄마 너무 예쁘다.” 

나는 활짝 핀 군자란이 예뻤다. 그리고 군자란 보다 엄마가 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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