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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Mar 20. 2018

제일 맛있는 국수를 먹는 형제

그날 국수는 그 어느 때 보다 맛있었다.

큰아이 성민이는 동물을 참 좋아한다. 고양이, 강아지로부터 시작해 도마뱀, 뱀, 지네 뭐 여러 가지 종류의 동물들을 좋아한다. 또 혼자 앉아서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성민이는 꼭 자신이 연구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가방을 메고 집 주변의 풀숲을 헤쳐 가며 거미나 또 다른 종류의 곤충들을 잡는 것도 아주 즐거워한다.

반면에 둘째 현민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한마디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

손님이 오면 손님 바로 옆에 앉아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는 녀석을 보면 도대체 누구를 닮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현민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전까지는 항상 성민이와 함께였다.

함께 도마뱀을 잡고, 애벌레와 나비를 잡기도 하고 그렇게 일명 정글 탐험을 즐겼다. 그런데 현민이가 9살이 넘어서면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뚜렷해졌다. 물론 현민이도 동물들을 좋아하지만 형처럼 오랜 시간을 동물이나 곤충에 투자하지는 않았다. 현민이는 동물들을 보고 앉아 있는 시간보다 옆집에 있는 인도 꼬마들과 뛰어다니며 노는 것이 더 기뻤기 때문이다.      

현민이가 형을 따라다니지 않으면서부터 성민이는 불만이 많았다.

하나밖에 없던 조수가 사라진 셈이니 말이다.

“엄마. 현민이는 동물을 싫어해요. 제가 같이 정글 탐험하러 나가자고 해도 싫대요.”

“넌 정글 탐험도 싫어하니 내 동생도 아니야.”

성민이는 현민이에 대한 불만을 뾰족한 말들로 내게 또는 현민이에게 토로하곤 했다.     


며칠 전 아이들의 시험이 있었다. 현민이는 저학년이라 인도 현지어인 벵골어를 배우지 않기 때문에 성민이 보다 하루 일찍 시험을 마쳤다.(인도의 기말고사는 하루에 한 과목씩 시험을 본다. 물론 대학입시도 하루에 한 과목씩 시험을 본다.)

일찍 돌아온 현민이는 옷을 갈아입고는 혼자 바쁘게 뭔가를 준비했다.

형이 없으니 집에서 놀겠구나 했는데 어느새 현민이는 형처럼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메고 모자를 쓰고 긴 네트를 들고 홀로 정글 탐험에 나섰다.

‘고놈. 형이 구박을 해서 정글 탐험을 나가는 건가? 아니면 정말 좋아서 가는 건가?’

나는 복장을 다 갖추고 혼자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봤다. 아이는 어느때 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성민이가 학교 시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현민이가 나비 한 마리를 잡았을 때였다.

성민이는 가방을 놓자마자 동생 있는 곳으로 달려가 함께 나비를 잡았다. 오랜만에 아니 자신보다 먼저 정글 탐험에 나선 동생 때문에 더 흥분했었는지 모른다.     

혼자 정글 탐험에 나선 현민이
좋으나 싫으나 항상 같이 다니는 둘
그래도 혼자 보단 둘이 나으니까

나는 아이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양파를 까고 감자를 썰어 다시마 국물로 우려낸 잔치국수 국물 속에 퐁당 빠뜨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수 국물을 옆에 두고 국수면을 끓일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엄마. 엄마.” 현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현민아. 정글 탐험 다 끝났어?”

“엄마. 있잖아요. 형아가 내가 진짜 형아 동생이래요.”

현민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게 이야기했다.

뒤 따라 들오는 성민이는 자신들만의 대화를 엄마가 알게 되어서 멋쩍었던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넌 항상 내 동생이었지. 내가 언제 네가 내 동생이 아니랬어? 그냥 화가 나니까 그랬지.”     

형에게 인정받은 현민이는 점심 식사 시간 내내 형에게 혼자 나가서 만났던 나비와 도마뱀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성민이는 그 어느 때 보다 흥미롭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의 조잘대는 소리, 후루룩 거리며 국수를 먹는 소리가 골고루 섞여서 내 귀에 들어왔다.

나는 한참 아이들을 쳐다봤다.

그날 국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맛있었다.

형에게 칭찬을 들은 현민이에게도

오랜만에 동생과 정글 탐험을 한 성민이에게도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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