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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pr 03. 2018

엄마 얼굴에 검은색은 뭐예요?

아이가 내 얼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얼굴에 검은색은 뭐예요?”

요즘 따라 내 얼굴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민이가 물었다. 

“응. 이거. 기미야. 뜨거운 햇빛을 자주 받으니까 이렇게 기미가 올라왔네.”

성민이는 신기하다는 듯 내 얼굴을 쳐다봤다.     


결혼 초 나는 병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병원까지 출근하려면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렸다. 운전하는 내내 햇빛이 내 왼쪽 볼에 비췄기 때문에 작은 기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인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나의 기미는 점점 커지고 뚜렷해졌다. 후덥지근한 열기 속에 살면서 몇 시간마다 선크림을 바르는 것도 쉽지 않았고 밖으로 나갈 때마다 양산을 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8년을 이곳에서 살았으니 이제는 나의 기미도 내 얼굴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 12살이 된 큰아이 성민이가 나의 기미를 발견한 것이다. 엄마의 얼굴에 있는 검은 점 같은 것이 맘에 들지 않았었나 보다. 

며칠 전 아는 누나가 놀러 와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은 누나에게 우리 집 앨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다 결혼 전 내 사진을 보았었나 보다. 

누나가 돌아간 후 성민이가 내게 와서 이야기했다.

“엄마. 요즘 엄마는 할머니가 된 것 같아요.”

“어? 할머니? 왜?”

“아니 옛날 사진이랑 비교하니까 전혀 다른 사람 같아요.”

“아 그렇구나. 성민아. 엄마가 결혼한 지 벌써 10년이고 인도에서 산지 8년이니 그렇지 뭐.”

나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아마 예전 사진과 내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래도 할머니는 너무 하잖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어쩌랴. 아이의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스무 살 적 사진과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으니.

나는 야속한 아이의 말에 서운하지 않은 척 웃으면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성민이가 다시 내게 왔다.

“엄마. 그 기미 어떻게 없애요?”

“음... 아마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결국은 햇빛을 피해야 될 걸.”

그러자 성민이가 이야기했다.

“엄마. 그럼 오늘부터 햇빛 보지 마요. 계속 가리고 다녀요.”

‘요놈. 이제는 엄마의 얼굴을 생각하는 나이가 됐나 보네.’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성민이를 쳐다봤다. 

성민이는 정말 나를 걱정하고 있는 눈이었다. 

“엄마. 내가 크면 엄마 기미 꼭 없애줄게요.” 이렇게 말하고 성민이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성민이가 나간 뒤 나는 하고 있던 방 정리를 마저 했다. 어지럽혀 있던 화장품들도 정리하고 너부러져 있는 방을 치웠다. 한국에서 가져온 마사지 팩도 몇 개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인도에 와서는 화장도 잘 안 하고 얼굴 관리도 자주 하지 않았었다. 

아마 주변 사람들 피부가 다 검으니 나도 그에 맞춰서 살고 있었나 보다.

아껴 두었던 마사지 팩을 보이는 곳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이가 걱정할 만큼 내 얼굴에 기미가 커졌다는 사실, 앨범 속의 사진처럼 앳돼 보일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현실을 말이다. 

하지만 전혀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다. 나는 조금 전 나를 정말 걱정하는 아이의 눈을 봤으니까. 

나이가 더 들고 내 외모는 그 나이에 맞춰 변해가겠지만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나는 괜찮았다.    

  

그래도 오늘은 아껴두었던 한국 마스크 팩을 얼굴에 좀 얹고 있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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