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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pr 24. 2017

사랑은 평생 같이 있고 싶은 것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부모를 사랑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작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검진을 받지 못해서 올해 한국에 갔을 때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그 건강검진을 받았다.

한국에 가면 인도를 돕는 분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봉사 사업들을 계획하느라 또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만나느라 항상 밤늦게야 집에 돌아온다. 휴가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지만 때론 한국은 인도 보다 더 힘들다.     


인도에 돌아와서 밀려 있던 일들을 정리하고 두 꼬마들을 학교에 다시 등록시키고 나서야 건강검진이 생각났다.

“여보, 당신 건강검진 받은 거 결과 물어봤어요?”

“아니. 왠지 겁나는데.”

“그래도 물어봐야지. 결과를 알아야 대처를 하죠.”

그렇게 남편은 병원에 아는 분을 통해 건강검진 결과를 물어봤다.

‘간 치수가 높으니 휴식하시고 3개월 후 다시 검사를 받아보세요.’

간이 좋지 않다니? 남편도 나도 놀랐다. 피곤하게 일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간이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젠 남편도 몸을 관리해야 할 때가 됐구나.’

큰 병은 아니어도 처음 맞는 몸의 작은 이상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며칠 후 저녁 식사간 남편에게 이야기 했다.

“여보. 들어보니까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강한 약을 먹어도 일시적으로 간수치가 높을 수 있대요. 아마 한국에서 너무 늦게까지 무리 했었나 봐요. 쉬면 된 다니까 맘 편히 먹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언제 들었는지 큰아이가 묻는다.

“엄마, 아빠, 간수치가 뭐예요?”

“어. 우리 몸에 있는 간이 좋지 않다는 거야. 이번에 아빠가 검사를 했는데 간수치가 좀 높게 나왔거든.”

“아빠, 그거 괜찮은 거예요?”

아빠가 평생 날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괜찮지. 그래도 혹시 아빠가 아파서 어떻게 되면 엄마 말씀 잘 듣고 엄마 잘 모셔야 한다.”

장난 끼가 발동한 남편. 말썽꾸러기들 말 좀 잘 들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자 갑자기 큰아이가 울먹이면서 말한다.

“아빠.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난 그런 말 들으면 너무 슬프단 말이에요."

그리고 말한다. "난 지금이 좋아요. 내가 어른이 되면 아빠도 할아버지 처럼 커지고 아플거 잖아요. 그러면 너무 슬퍼지잖아요. 난 아빠엄마가 계속 지금 같았으면 좋겠어요."

큰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 서 듣던 둘째도 울음을 터트린다. 순식간에 방은 아이들의 울음바다가 되어버렸다. 남편과 나도 서럽게 우는 아이들을 보며 울음을 삼켰다.

어쩌면 두 아이들에게 간수치가 좋지 않다는 말은 아빠가 영영 자기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말로 들렸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눈물을 그치게 하느라 남편은 몇 번이고 아이들에게 말해야 했다.

아이고 얘들아. 아빠가 너희들 결혼해서 손자 볼 때까지 아주 늙어서까지 건강하게 살 거야. 걱정하지 마.”      


사랑이란 그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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