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거 꼭 잘해야 하나?
195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를 한 유명한 의사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 음악에 재능이 있어 피아노 연주를 잘했고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만큼 실력이 있었다. 또 그는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였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한마디로 여러 방면에 흥미를 졌던 취미 부자였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말할 것이다.
"그림 그리기, 책 읽기, 피아노 치기, 바이올린 연습, 첼로 연습, 일기 쓰기, 달리기, 플루트 연주, 글쓰기...."
나의 취미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이 대부분의 것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이제 고3인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바이올린 좀 그만 켜요. 엄마는 안 돼요. 그림도 그만 그려요. 가능한 걸 해요. 차라리 글을 쓴다던가..."
그래서 내가 답했다.
"그래도 바이올린 비브라토 까지는 해야지. 아니 그 정도까지는 해야 되니까 내가 연습하는 거 아냐. 그림은 너무 좋은데 어떡해."
사실 나는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수 없는 인도 시골에 있기 때문에 처음 바이올린을 하는 지인에게 자세를 배운 이후로는 거의 독학을 하고 있다.(아. 그러고 보니 요즘 잘 되어 있는 너튜브 채널을 보고 배우기도 한다.)
나는 지난주에야 스즈키 1권을 마치고 2권으로 넘어왔다. 물론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그 1권을 마친 나의 바이올린 수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나는 매일 그림 일기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언제부터 그림의 매력에 빠져들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나의 그림 실력은 딱 초등학생 그림 읽기 수준이다.(평범한 초등학생^^) 그런데 시대가 시대인 만큼 요즘은 그냥 자신만의 그림체만 있으면 다들 이해해 준다. "개성 있네" 이렇게 말하면서. 그래서 나는 그린다. 내 그림은 누구도 따라 그리지 못하는 거니까.
오늘도 아침에 인도 지인 한 명과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오후에는 책을 읽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취미에 대해서 글을 써보자.
항상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쓰지 못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나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5시 30분에 집으로 돌아온다.(다행히 내가 일하는 곳은 집과 아주 가깝다.)
집에는 인도 학교 10학년 12학년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중삼 고삼 정도의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취미 생활을 여유롭게 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틈새 공격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한다. 책은 화장실 갈 때, 바이올린은 출근 바로 전 15분, 그림일기는 자기 전, 등등...
벌써 설렌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니.
42세 평범한 여인의 취미 생활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
나의 바이올린 소리는 아직도 깽깽거리고 나의 그림은 아직도 초등학생 수준이지만 그래도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거 꼭 잘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