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말고 관심

by 카밀리언

열여덟 번째 이야기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있다. 한 사람은 최대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 "저 팀장님과도 친해져야지, 부장님께도 잘 보여야 하고,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안면을 틔워놔야지." 회식 자리마다 참석하고, 명함을 많이 모으고, SNS에서 동료들과 연결된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피상적이다. 6개월 후 실수로 큰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퇴사 권유를 받았을 때, 그토록 많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신입사원은 몇 명과 깊은 관계를 만든다. 선배 두 명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보인다. "요즘 어떠세요? 프로젝트가 힘드신 것 같던데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업무뿐만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인 고민도 들어주고,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1년 후 집안 경조사로 일주일간 회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그 선배들이 나서서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고 상사에게도 상황을 설명해 준다.


소개팅 앱을 쓰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최대한 많은 사람과 만나려 한다. "오늘은 3시에 한 명, 6시에 한 명, 9시에 한 명. 선택의 폭을 넓혀야지." 겉으로는 관심 있는 척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진지한 관계로 발전시키지 않는다. 결국 오늘도 집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외로움을 달랜다.


다른 사람은 한 사람과 만나면 그 사람에게 집중한다. "오늘 프로젝트는 어땠어요?", "동창회 간다면서요. 설레겠다." 상대방이 말했던 일상의 작은 것들을 기억하고, 그 사람의 하루하루에 관심을 갖는다. 만나는 사람의 수는 적지만 각자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결국 아침과 점심의 문자도 모자라 밤에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관계가 된다.


이게 '관계'와 '관심'의 차이다.


관계에 집착하는 사람은 결과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유리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만 고민한다. 상대방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관계가 일방적이고 계산적이 된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다르다. 상대방 자체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관계가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진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호감의 법칙'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계산적인 관심은 오히려 '사회적 증명' 효과에 의해 역작용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직감이 생각보다 정확하다.


일본에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는 개념이 있다. 손님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뜻한다.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이런 진정성 때문에 일본의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던바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발견한 것으로, 인간이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는 약 150명이 한계라는 이론이다. 그중에서도 진짜 가까운 관계는 5명, 친한 친구는 15명, 의미 있는 관계는 50명 정도다. 결국 관계의 질이 양보다 중요하다는 과학적 증거다.


관계 말고 관심을 보여라.

상대방을 이용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려 하라.

내가 얻을 것을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라.

관계의 결과보다 관심의 과정을 소중히 여겨라.


진짜 좋은 관계는 관심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배려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말고, 관심을 보이려고 노력하자. 그러면 관계는 저절로 따라온다.


팔로워 수가 늘어날수록

진짜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줄어든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내가 바쁠 때 떠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바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먼저 되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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