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야~ 너 그 빵 아니? 포켓 뭐더라... 줄 서서 사는 빵이 있는데..."
아빠는 전화를 걸자마자 뜨거운 유행을 타고 있는 빵의 이름을 물었다.
"아빠~~~ 포켓몬 빵??"
"그래그래!! 그 빵! 줄 서서 빵을 사더라고. 그거 사기 힘들다는데 오늘 살 수 있다고 해서 아빠가 다민이 줄려고 샀다. 하나에 1500원이더라. 그거 애들이 엄청 좋아한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쿠팡에서 한 개에 12000원에도 거래된다는 대세 빵을 아빠가 득템 하다니..
문득 오래전 희귀 아이템이었던 '허니버터' 과자가 생각나면서 세상 무뚝뚝한 시아버지와의 전화 통화 기억이 따라왔다.
"한나야! 전에 구하기 힘들다는 과자~ 내가 부탁 부탁해서 4 봉지 구해놨다."
시아버지는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우리가 올 때까지 검정 봉지로 과자를 꽁꽁 싸매 두었다.
내가 포켓몬 빵을 좋아하는지, 내가 띠부씰을 모으는지, 내가 허니버터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저는요... 포켓몬 빵에는 관심도 없고요. 띠부씰을 모으지 않아요. 원래 감자칩도 안 좋아하고 허니버터는 그다지 별로랍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나는 왜 이리 가슴이 뭉클한 것일까... 수화기 너머로 들린 아빠의 목소리 그리고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구하기 힘든 것이라고 하니 줄을 서서라도 일단 구해봤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라고 하니 우리 손녀도 좋아하겠지. 손녀가 과자 먹고 싶다는데 아쉬운 소리를 해서라도 구해보고 싶더구나. 너희들에게 큰 것을 주진 못하지만 작게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서 너희가 기뻐했으면 좋겠다. 세상에 좋은 것을 다 줄 수 없지만, 작은 이 것이라도 너희들에게 주고 싶구나'
포켓몬 빵에서 시작된 부모님의 마음을 그려보니 며칠 전 남편과 데이트했던 에버랜드에서의 시간이 꼬리를 물었다. 오랜만에 연인 분위기를 만끽하자며 놀이동산에 온 우리 부부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들을 세 부류로 나누었다.
1) 놀러 온 학생
2) 연인
3) 아이와 부모
모두가 동화의 나라 같은 놀이동산에서 한껏 들떠 행복한 듯 하지만 유난히 지쳐있는 얼굴을 종종 볼 수 있었으니... 그들은 3번에 속한 어른들이었다.
-하나라도 더 태워보겠다고 다른 놀이기구로 아이 손을 잡고 뛰는 엄마
-기념품 샵에서 만지지 말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아이들이 자꾸 손을 뻗자 한 명을 손에 안고 한 손으로 또 다른 아이를 이끌고 가는 아빠
-식당에서 아이들을 먹이느라 두 손이 바쁜 엄마 아빠.
-퍼레이드를 가까운 곳에서 보여주겠다고 일찌감치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엄마 아빠.
-유치원에 선생님이 된 듯 한껏 톤업 된 목소리로 아이들을 집중시켜 수많은 동물들을 설명해주는 엄마 아빠.
남편과 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고... 우리도 저랬지??? 저땐 힘든 줄도 몰랐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내가 다 힘들어... 저걸 어찌했나 몰라..."라는 말을 하며 '풋'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려보냈다.
평소 남편은 "여보 둘째 가지면 여보 몸이 1+1이 되는 거네~ 여보 마트에서도 1+1 좋아하는데 한 번 해볼래?"라는 말로 등짝 스매싱을 자처했다.
"지금 낳으면 얼마나 이쁘겠어? 회사 사람들 마흔 넘어서 많이 낳아! 마흔 하나가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라니까~~"라며 걸핏하면 나를 설득하던 그가 놀이동산에 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힘들어... 힘들어... 힘든 일이야..." 를 연신 반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가들만 보면 자동적으로 눈이 따라가고 "두 번째 아기는 어떤 아기가 나올까?"라는 말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들...
우리는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생긴다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 아이가 주는 행복함에 푹 빠져버릴 것을...
잠이 들면 벨을 눌러도 모르는 부부가 아이의 작은 신음 소리에 잠이 깰 수 있다는 기적을 경험했고...
금요일까지 지방 출장으로 온몸이 지치고 힘들어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토요일이면 넓은 세상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눈이 자동으로 뜨여진다는 것을 알았고...
새 옷을 사기 바빴던 사람들이 쇼핑을 가서 아이의 것만 사도 섭섭하기는커녕 새 옷을 입힐 마음에 한껏 즐거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
-내 안에 아이가 들어와 나의 색깔이 옅어진다는 것.
-그리고 아이와 섞여 옅어진 내 모습이 너무나 좋아진다는 것.
-세상에서 제일 잘한 것은 '너를 내 안에 품었다는 것...'
"딸! 그렇게 엄마의 왕팬이 된다고 했던 너는 이렇게 커버리고, 엄마와 합쳐진 색에서 벗어나 너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구나. 힘들고 지칠 때면 이토록 널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네가 무엇을 하던, 어디에 있던 넌 가장 소중한 우리 딸이야.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도 빛이 나는 그런 사람! 바로 너야~~"
고맙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