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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Dec 12. 2022

러너는 겨울에도 뛰어야 하나요?

다들 어떻게 뛰고 있나요?


올해 4월부터 3K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러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벚꽃을 구경하며 순조롭게?(처음엔 폐가 터지는 줄) 러닝을 즐기다가 무더운 여름의 고통을 느꼈고, 가을이 시작될 즈음엔 10K를 목표로 첫 달리기 대회를 참여해, 원했던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달리기 대회를 마치자마자 이틀 뒤 오스트리아로 휴가도 다녀오게 되면서 러닝에서의 뚜렷한 목표는 없이 가을의 마지막엔 회사 러닝 크루와 함께 주 1회를 뛰며 그렇게 겨울이라는 계절이 다가왔다.



날씨가 추워지니 회사 러닝 크루들과는 더 뛰지 못하게 되었다. 회사가 위치한 강남에서 출발해 양재천으로 갔다가 뛰고 나면 짐을 찾으러 다시 양재역으로 가야 하는데 땀이 식고 나면 너무 추워져서 감기가 걸릴 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씨가 다시 따듯해질 때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 알아서 뛰기로 했다. 다른 동료분들은 가능하면 헬스장에서 뛰거나 아니면 안뛰겠다ㅋㅋ였고 나와 스승님은 아직까진 밖에서 뛰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고 영하 2도로 내려간 날, 퇴근 후 집에 도착해 아래는 레깅스에 무릎 아래까지 오는 반양말을, 상체는 보온성이 있는 긴팔 운동복에 일반 긴팔을 덧입고 그 위에 후리스를 하나 입었다. 털장갑을 낄까 했지만 후리스의 팔이 길어 손을 감싸면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집에서 미리 스트레칭으로 예열을 하고 밖을 나섰다. 겁나게 추웠다. 횡단보도 때문에 기다리더라도 집에서부터 뛰어가야겠다 싶어 냅다 뛰었다.




첫 500m 정도는 내 몸의 관절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7분대로 시작했고 점차 속도를 빠르게 내니 몸에서 금세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다만 나는 아직 호흡을 깊게 쉬지는 못하는데 입과 코로 숨을 격하게? 쉬다 보니 찬 공기가 그대로 입과 코 속에서 겉돌아 콧물도 나고 입엔 침까지 고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한 2k를 넘어가니 콧물 닦기 바빴다. 목표는 6k였으나 5.4k에서 멈추고야 말았다. 그래도 역시나 다 뛰고 나니 상쾌했다.



후리스 안에 입었던 긴팔은 이미 땀으로 젖었고 워낙 기능이 좋은지 금세 마르면서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아, 감기 걸리겠다 싶은 생각이 스쳐 힘들지만 집까지 또 냅다 달렸다. 그리고 뛰는 동안 몇몇 러너들을 보게 되었으나 이전과는 다르게 확연히 달리는 사람이나 산책하는 사람의 수가 적다. 그래서 오히려 더 뛰기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가끔 혼자 나가서 뛰고 너무 추울 땐 헬스장에서도 러닝을 계속했다. 그러다 우리 동네의 새로운 코스를 알려주겠다며 스승님이 같이 뛰자고 하셨다. 새로운 길이라는 호기심에 일단 승낙하였다. 다만, 그 새로운 길을 스승님과 함께 뛰려면 10k는 달려야 한다는 것.. 그렇게 당일 아침 8시 반. 준비됐죠?라는 말에 후다닥 침대에서 일어나 비비적대면서 운동복을 챙겨 입었다. 하필 그날 새벽엔 첫눈이 내려 길엔 녹지 않은 눈이 더러 있었다. 이런데도 뛰는 게 맞아요?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상상에 맡기겠다.



그렇게 새로운 길의 시작점에서 만나 뛰기 시작하는데 싸리 눈까지 내린다. 예전에 비도 맞으며 뛰었는데 눈은 대수냐 싶긴 했다. 그런데 주말 아침이고 공복인데다 초반부터 조금 빨리 내달렸더니 금방 헉헉대기 시작했다. 날뛰는 나를 천천히 뛰라며 스승님이 말로 붙잡아 끄셨다.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건 알지만 괜스레 이전보단 나은 숫자를 기록하고 싶다. 러닝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보는 재미다. 물론 운동화 신고 나가기까지가 정~~말로 힘들긴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길을 뛰다 보니 또 재미가 있긴 있다. 물론 뛰는 동안 힘들어서 주변 풍경을 볼 새가 없었지만, 다 뛰고 나서는 순간순간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 풍경들로 조각을 맞추다 보면 기억은 미화되어 어느새 또 뛰고 싶다는 내적 충동이 일게 된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매력의 러닝.. 그렇게 나는 이 추운 겨울에 10k를 완주했고, 아직 더 추워질 날씨에도 또 뛰고 있을 생각에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결론은, 겨울에도 뛸 수 밖에 없단거다. 이런 성취감을 안겨줄 매력적인 운동은 아직 나에겐 러닝 뿐이니까. 겨울이라고 안 할 순 없다.



https://youtu.be/tfPFRTW30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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