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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Jun 21. 2024

열여섯째 날 | 아 일어나기 싫어

새벽 운동, 무작정 걷기 #16


2024년 6월 20일 목요일



와우... 오늘은 정말정말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좀만 더 자고 싶은 수준이 아니라 그냥 침대에 붙어있고 싶었다. 나는 통잠을 자고파서 수면제를 먹는 편인데, 오늘처럼 수면제를 먹고도 2시쯤에 눈이 떠지면 정말 짜증이.... 겨우 다시 잠들었는데 4시 반 알람이 울리자 푹 자지 못한 짜증과 일어나기 싫은 귀찮음이 마구마구 올라왔다. 오랜만에 비몽사몽 잠에서 덜 깬 정신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일어나기 싫어' 몸부림을 치다가 문득 시계를 다시 보니 4:59이었다. 젠장.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루틴대로 준비를 마친다. (요즘은 집게핀 대신에 흘러내리는 옆머리 고정용 똑딱 핀과 고무줄이 루틴에 포함되었다. 며칠 전에 머리를 잘라서 이젠 집게핀으로 고정이 안되기 때문에 머리를 바짝 모아서 묶어주어야 한다. 이런 TMI) 


문 앞까지 마중 나온 강아지가 동생방 입구를 못 찾고 벽에 자꾸 부딪힌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빨리 백내장 수술을 해주어야 하는데 항암 일정과 안과 예약 등 여러 문제가 겹쳐서 쉽지가 않다.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도 내 손이 닿으면 살랑살랑 꼬리 치는 우리 집 개님이 너무 고맙고 가엽고 예쁘다.









시작부터 계단 1코스를 넣고 운동기구를 만나러 간다. 이제는 대충 머릿속으로 여기로 가서 저기로 간 다음에 거기로 가면 되겠다~하면서 큰 고민 없이 루트를 정하게 된다.


계단 끄트머리에 올라가니 선물이 하나 있었다. 맞은편에서 너무너무 귀여운 갈색 푸들 한 마리가 부부와 함께 다가오는 게 아닌가. 아직 한참 아기인지 깨발랄 천방지축에 보호자의 만류에도 연신 빙글빙글 돌면서 내 손을 핥았다가 우다다다- 뛰었다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이었다. 얼굴 만면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역시 '애'와 '개'는 사랑이다. 순수무지막지 귀여운 생명체들... 그나저나 우리 강아지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마음 한쪽이 시리다.



잠깐의 선물 같은 순간을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오늘도 역기 올리기는 2세트 하고 나서 숨을 한참 골랐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고 어제 갔던 다른 쪽 운동기구보다 여기가 내게 딱 맞춤인가 보다. 아닌가. 그냥 익숙함 때문일까? 저쪽부터 먼저 했더라면 반대의 결과였으려나? 잠깐 멍 때리고 다시 3세트를 시작했더니 훨씬 낫다. 반면 역기 내리기 3세트는 꽤 수월하다 보니... 4세트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아주 잠시 했지만 이내 외면하기로 한다. '안돼, 그럼 내일도 4세트 해야 돼. 자중해, 나 자신!'









오르막길을 가기 위해 공원을 나와 큰 도로변으로 향한다. 상당히 완만한 오르막길인데도 나는 아직도 숨을 헐떡인다. 아니 허리는 왜 아파? 거기다 종아리는 왜 이리도 당기는지... 재미업쒀... 쳇... 프랑스에서처럼 옆에 호수라도 있으면 물 보는 맛이라도 있을 텐데... 투덜투덜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중간에 무인 카페를 보면서 결의를 다진다. 그래, 얼마 안 남았어. 마지막날에 저기서 시원한 아아를 사들고 천천히 오르는 거지. 마지막을 만끽하면서~ 크~ 을메나 맛있을 거야? 그치? 


 


6시가 가까워지니 날이 너~무 밝다. 거기다 날이 갈수록 무더위도 바~짝 가까워지는 게 이제는 진짜 늦게 나와서는 안 되겠다. 내일도 늦기만 해 봐라! (뭐 어쩔 건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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