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1일 금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3시쯤부터 조르는 강아지에게 팔베개 형벌을(...아니 암바에 가깝다고 할까나) 가해준 뒤,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난다. 빠르게 영양제를 챙겨주고 옷을 갈아입고 동생 방문을 살짝 열고 강아지를 넣어준다. 근래 백내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제는 집에서도 자꾸 헤맨다. 가슴이 찌릿하니 아프다.
걱정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다. 오호, 바로 이 정도의 어슴푸레한 일출빛을 원했다. 크~ 그라췌~! 냉큼 사진을 찍고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좀 힘이 없을 만도 하다. 그 날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허리가 빳빳하니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들쑥날쑥한 게 때가 되었구나 싶었더랬다.
그래도 17일이라니,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초반에 생리와 겹쳤으면 짜증이 좀 많이 났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새벽운동이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게 ...기쁘다. 아쉽게도 아쉬운 마음이 일절 없다. 껄껄껄...
참 그러고 보면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듯하다. '꾸준함', 어린 시절 책상머리 앞에서 배웠어야 하는 게 바로 그거였구나 싶다. 국어도 영어도 수학도 아니고, 꾸준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자기 효능감'. 그걸 얻는 경험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조금씩 조금씩 해낸 것이 합쳐져서 꼭 크고 좋은 결과를 이루어야 하는 게 아니라, 결과와 상관없이 내가 이것을 꾸준히 했으며 해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뿌듯함을 느껴봤어야 했다. 솔직히 나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했던 듯하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 그나마도 더 잘하지 못했음을 질책했다. 결과가 나쁘면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 자책했다. 그러니 뿌듯함은 커녕 잘하든 못하든 매번 속상했고, 과정도 결과도 항상 불만족스러웠다.
그래, 그건 지나간 과거라 치자. 그런데 그걸 이제와 어디서 어떻게 다시 배워야 한단 말인가. 막막하다.
그나저나... 다글로를 켜고 뭐라뭐라 녹음해 둔 파일이 온데간데 사라졌다. 아마도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 잘못 눌렸는가 보다. 이런 된장. 딱히 뭐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 글을 쓸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알아보기 딱 좋은데... 오늘은 기억을 더듬어 쓰는 수밖에 없다.
역기 올리기와 내리기를 3세트씩 끝내고 공원 밖으로 향하는 길,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어제인가 그제인가 봤던 그 고양이 같은데...
아오 기여워... 진짜 츄르를 사 와야 되려나.. 마지막 날 한번 가져와 볼까?
오르막길은 여전히 숨이 차네. 대체 저 아저씨는 어떻게 뛰어서 이 길을 올라가실 수가 있는 거지? 그냥 올라가도 이렇게 벅차구만... 적어도 몇 년 이상은 이렇게 뛰셨겠지? 어휴, 나는 못혀....
이 새벽 운동을 통해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끼기를, 잘했다 못했다 보다는 그냥 '했다'로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게 '자기 효능감'인 걸까? 이게 맞는 걸까? 이렇게 조금씩 효능감을 터득?해나가면 언젠가는.. 더 이상 과거에 대한 회한과 상처에 메여있지 않게 될 수 있을까?
부디 그렇게 되기를, 이게 그 시작이 되기를 바라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