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가 사랑하는 법
너의 작은 행복의 이유가 하나쯤은 내 손길이 닿아있기를
너를 사랑할 적에
나는 한 가지를 고민했다.
너를 사랑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나는 너무나 제멋대로였고,
너를 사랑하고 책임지기보다,
내 멋대로 세상에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서비스 기획자가 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게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세상의 변화를 꿈꿀 수 있는 직종이었으니까.
그리하여 서비스 기획자로 살았다.
가슴에는 열 개도 넘는 무덤이ㅡ
묻어야만 했던 아이들... 서비스들이 생겼고,
계절은 마흔 번이 바뀌었다.
그리고 너는 당연하게도,
아름다운 신부가 되었다.
이제야 깨닫는다.
세상을 바꾼다는 거창한 목표는 고사하고,
너를 사랑하고 너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는 걸.
한 사람의 행복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의 변화를 꿈꿨을까.
나는, 명백하게 실패했다.
내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능력 따위는 없음을,
일말의 분노도, 원망도, 변명도 없이 인정할 수 있다.
이만큼 해봐도 안된다는 것은, 안된다는 거니까.
그리하여 내 이력서 한 귀퉁이에 이렇게 적는 것이다.
"좋은 서비스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쓸모 있는 기획자이고 싶다"고.
나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없었으니,
좋은 서비스 한 모퉁이에 기생하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삶보다
좋은 서비스를 부르짖는 것은 아마도
네가 행복한 이유의 하나쯤은,
내 손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일 게다.
네가 사는 세상을 좋은 세상으로 만들지 못했다.
너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남자가 되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바라는 것이다.
가족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이의 안전한 귀갓길을 확인하거나,
가끔은 웃고, 또 어떨 때는 울 수도 있는 무언가를 보거나...
그런 사소한 행복의 이유들 중 하나는 내 손길이 닿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