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미 Mar 24. 2022

집을 정했으니 이제 집 꾸미기를 할 시간!

근데 이제 100여 가지의 쇼핑리스트를 곁들인

계약서를 검토하고 나서 최종 도장은 입주 날 찍기로 했다. 역시나 걱정병이 도져서 이게 혹시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많이 알아봤는데, 우선 계약금의 10%(100만 원)만 송금한 상태이고 이렇게 진행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하여 마음을 조금이나마 놓았다. 지금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는 이 집에 편하게 앉아 돌아보니, 집주인은 관리할 집도 많고 그 입장에서는 저렴한 월세집 하나 계약하는 거라 크게 체크할 것 없이 계약을 진행하려는 것 같았다.


부모님의 허락도 받았고, 집도 정해졌고, 이제는 가장 고대해온 집 꾸미기를 할 시간이다! 독립을 준비할 때부터, 아니 그냥 아주 오래전부터 로망이던 집 꾸미기. 독립을 바라는 사람들은 모두 다 집 꾸미는 상상부터 하지 않을까?


"침대에 베개를 많이 둬야지"
"예쁜 앞치마를 사야지"
"식탁은 꼭 원형으로 해야지"


집 꾸미기는 일단 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도 내가 어떤 공간에 살게 될지도 모르면서 다년간 쌓아온 집 꾸미기의 로망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우선 이케아에 갔다(?). 이케아는 부모님 집 인테리어 할 때부터 종종 가본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그때도 내 미래의 집 인테리어를 상상하기 바빴지만. 이케아를 둘러보면서 '나중에 내 집은 이렇게 꾸며야지!' 하면서 레퍼런스로 삼은 인테리어도 많았고, 마음에 들었던 여러 가지 소품들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당장 입주를 앞두고 이케아에 가니 뭘 사야 할지 몰랐다. 다 사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입주 날 꼭 필요한 것들만 우선적으로 사기로 했다. 입주 첫날은 분명 계속 청소를 할 테니 돌돌이, 행주와 같은 청소용품들을 샀다. 그리고 저녁에 덮고 잘 이불과 이불 커버, 베개를 골랐다. 이렇게만 해도 이케아의 큰 파란색 가방이 꽉 찼다. 비록 내가 원하던 예쁘고 감성적인 소품은 하나도 못 샀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쓸 이불을 직접 골랐다는 게 부끄럽게도 뿌듯했다.

이케아에서 내가 사고 싶었던 것 vs 실제로 산 것

대책 없이 이케아를 다녀온 뒤로 나는   세세하게 쇼핑리스트를 짜기로 했다. 침대, 책상부터 수저, 칫솔, 쓰레기통까지 사야  것은 족히 100가지가 넘었다. 그래서 나는 이케아에서 했던 것처럼 입주 날부터의  행동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쇼핑리스트에 우선순위를 매겨나갔다.


첫날은 대청소를 할 거니까 → 청소기가 필요하겠다 → 청소 끝내고 밥을 먹겠지? → 배달음식과 일회용품을 쓰더라도 매 끼니마다 쓰레기가 나올 테니 음식물/일반 쓰레기통이 있으면 좋겠네 → 밥을 먹고는 피곤해서 금방 잘 텐데 → 침대 프레임은 나중에 사더라도 매트리스는 있어야겠다


이렇게 내 행동을 그려나가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필요한 것들도 발견하게 되었고 훨씬 효율적으로 쇼핑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예쁜 것들보다는 꼭 필요한 것들을 먼저 사게 되어 '예쁜 집으로 꾸미기' 로망은 잠시 몇 달 뒤로 미루게 될 수도 있다. 어쨌든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사려면 돈도 많이 들고, 각 제품을 하나하나 알아보는데도 시간이 참 많이 걸리는데 이 방식으로 생각하니 필요한 걸 하나하나 채워나가면서 미션을 깨는 것이 또 나름의 재미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 첫 월세 계약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