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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3일 비셰흐라드

[DAY 9] 8월 5일 (월)

by 채숙경

월요일이다. 어제 밤늦게 들어와 오늘도 늦은 아침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9시쯤 조식을 먹고 11시쯤 소진언니방으로 갔다. 소진언니는 몸살이 난 모양이다. 못 일어나겠단다. 윤지도 감기기가 있어 오늘은 쉬고 싶단다. 둘은 호텔에서 푹 쉬라하고 지현언니와 둘이 길을 나섰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쌀쌀한 느낌이다.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오늘은 비셰흐라드 일정 하나뿐이다. 쇼핑을 좋아한다면 인근 아레나 프라하 아울렛을 다녀와도 되지만 우리들은 쇼핑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호텔 근처 메트로 C선 I.P.Pavlova역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바로 비셰흐라드 역에 도착한다. 역에서 비셰흐라드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다.


비셰흐라드‘고지대의 성’이라는 뜻으로 프라하의 발상지라고 한다. 1140년까지 왕궁과 요새로 쓰였으나 프라하 성이 위치한 흐라드차니로 옮겨가면서 폐허가 되었다. 그 후 카를 4세 때 다시 왕궁으로 재건하였지만 1419~1434년 후스 전쟁으로 또다시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벽돌로 쌓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 블타바강과 프라하성 그리고 프라하 시내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성벽 안쪽에는 넓게 깔린 잔디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타버 게이트레오폴드 게이트를 지나니 로툰다 예배당이 나온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작은 원형 건물이다. 11세기말에 지어진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현재까지도 미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내부는 아주 아담하다.


성벽을 따라 프라하 시내 전경을 보면서 걸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여행객이 단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동양인 여자들은 소매치기로 보이지 않나 보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는 법.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 둘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였다.

가는 곳마다 너무 예뻐서 화보촬영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었다. 포토그래퍼들은 더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이 막 찍어도 예쁘다. 지현언니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길 잘했다. 이제는 엄청 예쁘게 잘 찍는다.


멀리서도 보이는 두 개의 첨탑을 따라가니 드디어 성당이 나왔다. 성 베드로와 바울 성당이다.(체코어로 발음하면 페트르와 파블이다.) 성당 입구 양쪽에 두 인물의 얼굴이 있는데 누가 베드로이고 누가 바울인지 모르겠다. 입장료를 내고 교회 내부를 둘러보았다. 바로크 양식의 내부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우리나라의 절을 방문하면 복전함에 시주를 하고 향을 피워 절을 하듯 이 성당에서는 기부금을 내고 촛불에 불을 밝혀 기도를 하였다.


성당 바로 옆에는 체코를 빛낸 역사적인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묘지가 있다. 체코의 화가이자 장식예술가인 알폰스 무하를 비롯하여 작곡가 드보르작과 스메타나 등 유명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다. 우리 둘은 드보르작과 스메타나의 묘를 찾아보았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1악장은 '비셰흐라드'를 주제로 한다. 그의 묘가 여기에 있는 건 당연한 것 같다.


로툰다 예배당
성 베드로와 바울 성당
성 베드로와 바울 성당 내부
비셰흐라드 국립 명예 묘지와 신전


공원 내 작은 매점이 있었다. 커피와 핫도그를 먹었다. 핫도그가 그렇게 큰 줄 알았다면 하나만 시켰을 텐데. 체코인을 만만하게 본 모양이다. 둘이서 두 개는 양이 너무 많다. 우리가 도착하고 갑자기 주문이 많이 밀리는 바람에 잠깐 기다렸더니 미안하다며 초콜릿을 주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잘 먹을 게요.


푸른 잔디가 깔린 넓은 공원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 너무나 평화롭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이렇게 해 주는 밥 먹고, 놀러 갔다 오면 청소 다 해 주고, 예쁜 거 구경하고.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여행의 즐거움이다.


비셰흐라드 성의 나머지 반을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였다. 한국인 가족도, 커플도 보았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보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프라하 시민들도 보고. 오늘은 예쁜 경치 보면서 힐링하는 날이다.



돌아가는 비셰흐라드 지하철역에서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는 길을 못 찾겠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역내 가게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승강장 안으로 들어가면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지하도가 있다고 한다. 모를 땐 묻는 게 상책이다. 고생하지 말고.


호텔 근처 마트에 잠깐 들러 체코 과자를 샀다. 콜로나다가 유명하다 하여 하나 사보았다. 우리 딸에게 줄 선물이다. 마트 앞 작은 공원에 동네 주민을 위한 시장이 들어섰다. 5일장인지 매일 서는 장인지는 모르겠다. 지역 채소와 과일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침 조식 때 과일과 채소 섭취는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사지는 않았다.


오늘 종일 호텔에 머물렀던 소진언니는 구글 지도를 보고 근처 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휴식도 취한 모양이다. 혼자서도 잘한다.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근처 또 다른 식당을 가보려 길을 나섰다. 동네 산보하는 것처럼 어슬렁어슬렁 가다 우리 모두 한 식당에 시선이 머물렀다. 한식당이다.

"여기 갈래요?"

만장일치다. 오늘은 한식이다. 오랜만에 순두부, 김치찌개, 돌솥비빔밥 등 한식을 먹으니 속이 편안하다. 부산에서 오신 가게 사장님은 몇 년 전 프라하에 와서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가게에는 한국에서 온 여행객도 있고 현지인들도 제법 많이 와서 식사를 하였다. 동향 사람이라 더 반가웠다. 우리 옆 동네 사셨던 분이라 같이 부산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 여행 얘기도 나누었다. 맛있는 반찬도 더 주셨다. 다들 만족한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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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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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한식당 비원
20240805_192959.jpg 프라하에서 묵은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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