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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Apr 14. 2022

7.꼭꼭 숨어볼까?

고양이와 숨바꼭질

고양이 포도가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숨는 곳은 늘 뻔 하지만

매번 속아 주고, 또 속아준다.


나 찾아봐라 ~

오늘도 포도는 숨고 또 숨는다.


언젠가 아침에  출근 준비로 너무 바빠 옷장을 열고 옷을 꺼낸 후  포도가 들어가 숨어있는 것도 모르고, 옷장을 닫은 채  출근할 뻔한 적이 있었다.


집을 나서려는데, 어디선가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하고 생각하는데,

바로 열어주지 않으니, 문을 박박 긁는 소리도 들렸다.

"포도야, 여깄니?" 하고 옷장 문을 열으니

반갑게 뛰어나온다.

하마터면 내가 직장에 가 있는 하루 종일

옷 장에 갇혀 있을 뻔했다.


그 후로도 종종 포도는 옷장 숨바꼭질을 끊지 못하고

숨어 있다가 갇히곤 한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진 포도의 갇힌 것을 바로 알아채고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가끔 포도가 안 보여 집안 곳곳을 이름 부르며 찾아다닐  때가 있다. 결국 찾는 곳은 침대 밑 서랍 속이다.

우리 집은 방이 세 개인데,

방마다 침대 밑에 바퀴가 달린 서랍이 있다.

그곳엔 속옷이나 생활복을 넣어 두는 곳인데

포도는 자기 집이 아닌 여기서 낮잠을 잔다.


적당히 컴컴하고,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폭신해서 인지

가끔 침대 밑 서랍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오는

포도의 모습을 목격한다.

포도는, 아니 모든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숨어 있는 것에

안정을 느끼는 것 같다.


퇴근 후 포도와 놀아주고,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 하루 여러 사람들을 만나, 실수했던 일,  어려웠던 일, 잘 안 풀려 고민했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린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퇴근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모든 힘든 것들이 눈 녹듯 했다.

지금은  어느새  고양이 포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오늘은 포도 몰래 내가 숨어있어 볼까?

나도 왕년에 숨바꼭질 좀 했다는걸

포도도 알게 되겠지?



여기 있는줄은 모르겠지?
가방 속에 쏘옥~
아이쿠, 여긴 너무 작다
못 본걸로 해주라.
어디 어디 숨었니~침대 밑에 숨었지~
까꿍~~
에고 아직 못 숨었다옹~~
침대 밑에서 나오는 포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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