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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Apr 18. 2022

8.내가 꿈꾸던 직장에 다니게 되다

소박한 꿈이 이루어 지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갖게 되어 처음으로 명함을 만들던 날이 기억난다.

설렘과 기대로 서툰 운전대를 잡아가며 집에서 40분 거리의 직장을 힘든 줄 모르고 다녔다.

벌써 20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후로 나는 아이 셋을 낳고 기르는 동안 경력 단절과 복직, 이직 등을 반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지나온 나의 직장 생활은 참 험난했다.

아이를 셋 낳아 키우는 건 정말 행복하기도 했지만,  지금껏 주말 부부로 살아온 내게 혼자 하는 육아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혼자 힘들어서 참 많이도 울었다

친정 부모님은 외국에 나가 살고 계셨고, 친정 동생들도 모두 외국에 이민을 간 상황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예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들이 아플 때와 야근을 해야 할 때이다.


하......

갑자기 한숨과 함께 여러 가지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열이 나는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고 여기저기 전화하며 도와줄 지인을 찾았던 기억, 얼굴에 철판을 깔고, 미안하지만 팀장님께 오늘은 야근하기 힘들겠다고 어렵게 말씀드리던 기억들이 스쳐간다.


직장생활이 너무나 힘에 부칠 무렵, 나는 이직을 고민했다.

나도 다른 이들이 겪는 것처럼

수많은 고민과 밤새 생각을 거듭해 내린 결정이었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나의 새 직장은 이랬으면 하는

바람들이 늘어갔다.


나의 꿈의 직장은

억대 연봉이 아니었다.


내가 꿈꾸던 직장은 집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워라벨이 보장되고, 무엇보다 점심시간에 메뉴와 시간 걱정 없이 점심을 해결할 수 있고,

직장 내 주차공간이 넉넉하여 주차 걱정이 없어야  했다. 거기다가 업무가 너무 많지 않아 칼퇴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직장이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잘 못 걸리면 1시간 30분도 걸렸다.

왕복 3시간을 길가에서 보낼 때도 있었다.

또 야근도 자주 해야 하는 직장이었다.

위치가 시내 한복판에 있어, 돈을 내고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했다.

 장기주차를 하려 해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몇 달씩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주차만 편하게 해도 살 것 같았다.

또 점심시간은 나가서 먹고 돌아오는데 늘 한 시간으론 부족했다. 직장 근처 식당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서 기다렸다가  후다닥 먹고 들어와도 점심시간을 넘기곤 했다.

식사비는 또 왜 그리 비싼지... 식사비로 늘 1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저렴하고,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3년 전 지금의 이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해 들어오게 되었다.

비록 월급은 이전 직장에 비해 겸손한 수준이지만

내가 늘 바라던 것들의 종합 선물 세트였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주차장도 아주 넓다. 내 일만 마치면  칼퇴근이 가능하고, 구내식당에서 영양사 선생님이 매일 다양하게 선보이는 4,200원짜리 8첩 반상을 누리고 있다. (정말 꿀맛이다)

또 식사 시간도 쫓기지 않으며 먹을 수 있어 여유롭다.

여긴 연차도 남의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분위기라 그것까지도 감사하다.


자, 이제 나의 꿈의 직장을 다니며 느낀 소감을 듣고 싶은가?


한마디로 행복하다.

매일 감사함으로 다니고 있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끝이 없어 물론 가끔은 연봉이 높았던

전 직장으로의  복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실제로 예전 직장에서  다시 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한 적도 있다.)

지금의 이 직장도 직장인지라 인간관계나 힘든 일이 생길 땐

다른 직장을 슬며시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유토피아를 맛본 나는 다시 예전의 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


일로서의 성공도, 성취도 중요 하지만

엄마로서의 역할도 내겐 참 중요하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아이들 가까이에 있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몇 년 후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내 마음이 달라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려 한다.

지금  이 순간을  하루하루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직장생활 #이직 #워라벨

#복직 #경력단절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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