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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꼭꼭 숨어볼까?

고양이와 숨바꼭질

by 자람

고양이 포도가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숨는 곳은 늘 뻔 하지만

매번 속아 주고, 또 속아준다.


나 찾아봐라 ~

오늘도 포도는 숨고 또 숨는다.


언젠가 아침에 출근 준비로 너무 바빠 옷장을 열고 옷을 꺼낸 후 포도가 들어가 숨어있는 것도 모르고, 옷장을 닫은 채 출근할 뻔한 적이 있었다.


막 집을 나서려는데, 어디선가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하고 생각하는데,

바로 열어주지 않으니, 문을 박박 긁는 소리도 들렸다.

"포도야, 여깄니?" 하고 옷장 문을 열으니

반갑게 뛰어나온다.

하마터면 내가 직장에 가 있는 하루 종일

옷 장에 갇혀 있을 뻔했다.


그 후로도 종종 포도는 옷장 숨바꼭질을 끊지 못하고

숨어 있다가 갇히곤 한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진 포도의 갇힌 것을 바로 알아채고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가끔 포도가 안 보여 집안 곳곳을 이름 부르며 찾아다닐 때가 있다. 결국 찾는 곳은 침대 밑 서랍 속이다.

우리 집은 방이 세 개인데,

방마다 침대 밑에 바퀴가 달린 서랍이 있다.

그곳엔 속옷이나 생활복을 넣어 두는 곳인데

포도는 자기 집이 아닌 여기서 낮잠을 잔다.


적당히 컴컴하고,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폭신해서 인지

가끔 침대 밑 서랍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오는

포도의 모습을 목격한다.

포도는, 아니 모든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숨어 있는 것에

안정을 느끼는 것 같다.


퇴근 후 포도와 놀아주고,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 하루 여러 사람들을 만나, 실수했던 일, 어려웠던 일, 잘 안 풀려 고민했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린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퇴근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모든 힘든 것들이 눈 녹듯 했다.

지금은 어느새 고양이 포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오늘은 포도 몰래 내가 숨어있어 볼까?

나도 왕년에 숨바꼭질 좀 했다는걸

포도도 알게 되겠지?



여기 있는줄은 모르겠지?
가방 속에 쏘옥~
아이쿠, 여긴 너무 작다
못 본걸로 해주라.
어디 어디 숨었니~침대 밑에 숨었지~
까꿍~~
에고 아직 못 숨었다옹~~
침대 밑에서 나오는 포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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