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노피그 bonopig Dec 12. 2023

나 홀로 일본 소도시 여행하기-기타큐슈(14)

에필로그

여행을 가기 전, 심각한 번아웃을 느낀 나는 위험 신호를 느꼈다. 실제로 1년이 넘게 번아웃 위험 상태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


번아웃은 업무나 학업 등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를 말하며, WHO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ICD-11)에 번아웃을 '직업 관련 의학적 상태'로 등재했으며, 번아웃은 크게 아래와 같이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 열성 단계

처음에는 직무나 학업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가득 차며, 일에 몰두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2단계: 침체 단계

초기의 열정이 사라지고 흥미가 떨어지며, 스트레스와 부담이 증가하고 피로와 무기력이 나타난다.

3단계: 좌절 단계

회의감과 무력감이 더해지며 업무 능력이 감소하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4단계: 무관심 단계

일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완전히 사라지며, 업무를 회피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지난 1년 동안 번아웃은 여러처례 1단계 2단계를 도돌이표처럼 거치며 마침내 4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느껴졌었다.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달 한 번씩 짧게 여행을 떠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여행을 자주 다니고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어떤 게 힘드냐고 물었을 때, 똑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봤다. 나에게 필요한 게 여행인 건지 휴식인 건지. 


내게는 완벽하게 잘하려는 욕망과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해내려는 습관과 책임감이 번아웃의 반복되는 문제였다.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는 법이 없이 혼자 앓는다. 그러다가 체념하고 좌절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나를 갉아먹고 잠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되었었다. 부정적인 마음을 계속 떠올리는 내가 너무 싫었었다. 남편이 책을 권하였고,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보았던 책 제목, 쇼펜하우어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보았다. 지난 힘든 시간들을 방패 삼아 현재의 삶에 대해 불평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부터 나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여행을 하면서 하는 휴식을 찾아갈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적당한 술을 마시며 내가 가고 싶은 데를 가고 싶을 때 그냥 가는 여유를 즐겼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과 작고 조용한 바닷가 카페와 산책, 그리고 낯선 이와의 새로운 대화.


그 전의 휴식을 삼아 떠난 여행에서는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떠난 터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행은 아니었고, 나와의 시간이 부족했다. 가족들, 친구들의 취향도 고려하여 세운 계획들,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를 했던 여행들에서 혼자 보낸 5일은 진정한 나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휴. 식.이라고 생각한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더 넓은 시야와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의 번아웃으로 힘들 나에게 아래의 단계를 다시 실천해 보기를 권해주고 싶다.


- 규칙적인 운동

- 산책

-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

- 독서하기

- 맛있는 음식과 적당한 술

- 그리고 남편과의 스몰 토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