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노피그 bonopig Oct 25. 2023

나 홀로 일본 소도시 여행하기-기타큐슈(2)

쇼와 분위기 카페 GREEN GRASS


오전 7시 비행기를 타고 고쿠라 역에 내리니 시간은 10시가 조금 넘었다. 보통 음식점들은 11시쯤에 오픈을 해서, 30분남짓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구매했다. 일본 원서는 어려운 한자가 많아서 1/3밖에 해석할 수 없지만 나름 책을 읽으며 나른한 시간을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1시쯤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인터넷에서 찾은 고쿠라역 뒤편에 있는 [그린그래스] 카페를 찾았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카페 대신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분위기의 카페를 가고 싶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쇼와시대(일본 버블 시대) 느낌을 가진 차분하고 조용한 카페를 원했고, 그 첫 번째로 이 카페를 선택했다. 카페에서는 음식과 차를 팔고, 런치가격은 매우 저렴했다.






11시 오픈으로 생각해서 시간을 맞춰왔는데, 오전 8시부터 오픈인가 보다. 조식은 런치보다 훨씬 저렴하다. 아깝다. 서점에서 너무 놀다 온 것 같다. A세트는 토스트, 계란, 샐러드, 커피인 것 같은데 550엔이라니! 너무 저렴한 것 같다. 한국에는 카페에서 조식을 먹기 힘든데, 이런 카페가 있다면 아침 먹으러 매일 갈 것 같다.





조식 메뉴 외에도 메뉴 전체가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요즈음 한국도 물가가 많이 상승하면서, 예전에는 일본이 훨씬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본이 저렴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사이만에..





카페에 들어서니 친절하게 맞이해 주셔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분위기였고, 손님이 많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담배 연기로 인해 벽지와 환풍기가 니코틴을 흡수한 것 같은 장소, 이곳만 시간이 멈춰있는 기분이 들었다. 현재는 일본도 대부분의 실내가 금연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식당과 술집에 담배 연기가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이 카페도 과거에는 흡연이 가능했을 것 같다. 





함바그 세트 750엔

가정집에서 만든 듯 동글동글하고 속이 맛있게 찬 잘 만든 함바그였다. 평소에는 함바그를 먹으면 속이 좋지 않아서 잘 먹지 않는데, 이번에는 샐러드랑 함께 먹어서 그런지 속이 편하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은 함바그의 4배 정도 크게 나와서 놀랐다. 저렴한 가격에 놀라고, 밥 양에 놀라고.





스파게티는 케첩맛이 많이 나서 그냥 그랬지만, 함바그는 정말 맛있었으니 기회가 되면 한번 더 먹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밥 양이 많아서 반찬은 아껴먹어야 한다.






런치 세트에는 커피가 250엔

밥을 다 먹은 후에 다른 카페를 가기도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기로 했다. 그래봤자 커피 포함 런치 금액은 다 합해서 딱 1000엔, 한국돈으로 만원도 안 되는 점심이었다.





일본은 아이스커피를 시키면 기본으로 크림과 시럽을 제공한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한국에서는 카페의 커피 맛이 각양각색이라 어떨 때는 쓰고 어떨 때는 밍밍할 때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선택권을 주는 문화가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커피를 잘 못 마신다. 카페인 과민증인 것 같다. 마시기만 하면 불안하고 두근거림이 잦다. 다만, 기분이 좋거나 밥을 많이 먹은 날에는 커피를 마셔도 괜찮다. 이날 커피를 마셨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산미도 없고 시원한 커피맛!





호기심에 제공된 크림이랑 시럽을 커피에 섞어 봤는데, 다시는 안 해야지 하면서 다른 날 또 시도해 봤다. 커피는 카페에서 제공하는 오리지널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양을 잘 조절을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내가 들어온 시간인 오전 11시쯤에는 손님이 1~2명 정도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보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11시 40분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회사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여유롭게 있고 싶었는데 실패. 배고픈 이들을 위해서 비켜주기로 했다.





혼자 여행 갈 때 가기에 딱인 쇼와 분위기 카페, 낡고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그 시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카페. 다음에 가게 되면 조식 먹으러 다시 방문해 봐야겠다.

이전 01화 나 홀로 일본 소도시 여행하기 -기타큐슈(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