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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음 Jun 22. 2023

삿상, 묻고 답하는 안내

스승의 불꽃에 나를 던지다.

진리를 찾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승의 현존이 아닐까. 살아있는 스승에게 살아있는 가르침을 듣는 것만큼 찾는 이에게 더 좋은 축복은 없다. 찾음은 때로는 너무도 어려워서 스승의 도움 없이 그 편견의 강을 건너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어둠에 길을 잃고 헤매는 찾는 이에게 스승은 빛이다. 이 때문에 찾는 이들은 스승을 찾는다.

나는 오랫동안 스승을 찾았다. 다른 누군가의 말을 전하는 이가 아닌 스스로의 온전한 이해로 진리를 직접 가리켜줄 스승을 찾았다. 그리고 웨인을 만나 오랜 세월 그분의 삿상에 참석하며 찾음의 깊이를 더해갔고 마지막에 다른 여러 스승과 인연이 되며 찾음을 끝냈다.

삿상은 스승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여러 형식이 있겠지만, 보통은 찾는 이가 질문하고 스승이 답한다. 스승의 답은 안내다. 찾는 이가 직접 걸어갈 수 있도록 그때그때 올바른 방향을 가리킨다. 스승은 찾음의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별자리이자 나침반이다.

사실, 스승을 찾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조차 많은 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종교나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스승을 현실로 불러내야 한다. 나 또한 살아있는 스승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찾기 시작하기까지 꽤 많은 세월을 보냈다. 종교에 세뇌되어 스승을 신과 같은 존재로 착각하고 부처나 예수나 노자와 같은 스승과 같은 시대를 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만 했었다. 이런 종교적 편견을 내려놓아도 쉽지 않다. 보통, 사람들의 유명세를 타고 당신의 귀에 들어간 스승들은 이미 오래전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더는 살아 있는 가르침이 아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가르침을 전달받아야 하거나 다른 이에게 말하는 가르침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수많은 왜곡이 일어난다. 당신이 아프다면 살아있는 의사에게 직접 가서 진찰을 받고 검사해서 병을 고치고 싶지 유명하다고 고인이 된 의사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직접 진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있는 스승은 의사처럼 당신의 지금 상황을 보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처방을 준다. 그래서 살아있는 가르침이다. 

찾는 이는 스승의 가리킴이 간절하다. 그 간절함을 알기에 책 '진리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있다.'를 내면서 '아드바이타 카페'에 '삿상' 게시판을 열어서 질문을 받고 답하며 찾는 이를 안내하고 있다.

의문이 있는 이는 어떤 의문이든지 찾음에 관한 것이면 질문을 올리기 바란다. 찾음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답할 것이다. 좋은 질문이나 나쁜 질문, 수준이 높고 낮은 질문은 따로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내어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의문이 있는데 머릿속에만 두고 질문을 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찾음에 장애가 된다.


가만 뒤돌아 보면, 나 같이 평범하다 못해 모자란 사람이 찾음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질문하는 데 거리낌 없는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타고난 성격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마음속에서 꿈틀 되면 참지 못하고 뱉어내야 했다. 

스승 앞에서 참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때론 하찮은 질문 취급받기도 하고, 예상과 전혀 다른 답이 돌아와도 의문이 들면 스승에게 내어 놓았다. 다른 사람들이, 스승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에 질문을 삭히는 일이 없었다. 같은 질문으로, 너무 수준 낮은 질문으로 스승과 삿상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부끄러움에도 속에 있는 의문을 스승에게 드러내었다.  때론 주춤하고 참기도 했지만 결국 뱉어내야 했다. 물론 늘 스승을 향한 질문에는 예의와 존경은 결코 잃지 않았다. 

스승 앞에 내 생각을, 내 믿음을, 내 의문을 드러 내는 것만으로도 찾음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밖으로 드러내면, 곰팡이가 햇빛에 살균되듯, 믿음과 편견은 그만큼 사라졌다.

삿상 게시판을 열었지만 질문을 하는 이가 많지 않다. 삿상을 열어두는 것, 여기까지가 나의 몫이다. 나를 스승으로 받아들이면서 질문을 할 행운과 용기는 당신의 몫이다.

사실, 게시판에 질문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먼저 질문하는 이가 나를 스승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질문할 만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 말은 찾음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래 수행하고 머리에 든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힘든 일이다. 또한, 질문할 용기가 필요하다. 부끄러움과 여러 걱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궁금해야 한다. 굳이 글을 쓰며 질문을 올릴 만큼 궁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찾는 이의 절실함이다. 마음속에 끓는 의문을 어떻게든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실함은 어떻게든 길을 만들고 스승에게 나아가도록 안내한다. 이런 절실한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 '선심초심(禪心初心)'이다. 선(禪)은 찾음이고, 선심은 찾는 이의 마음가짐이다. 찾는 이의 마음가짐은 초심, 즉 시작하는 초보자의 마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누구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초보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찾음은 쉬워진다. 초보자는 늘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마음을 열고 스승의 가리킴을 받아들인다.

하늘의 별이 늘 떠 있듯 삿상은 열려있다. 별을 올려다보고 별을 가리킴 삼아 나아 갈지 말지는 당신의 몫이다.

부디, 소중한 기회가 당신의 찾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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