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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음 Mar 22. 2024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


시가 내게로 오는 이유는

내가 시에게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꽃을 노래하기 위해

내가 꽃에게로 갔을 때

꽃은 이내 시들어 버렸고,

강을 노래하기 위해

내가 강으로 갔을 때

강물은 이내 말라 버렸다.

버림받은 기억의 

외로운 긴 밤을 지나고 있을 때 즈음

나비 하나가 내 어깨 위에 앉아 주었다.

그가 날아가 버릴까 두려워

난 그를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내가 나의 존재를 망각할 즈음 

그는 내게 날아들어

나비의 심장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심장은 

나에게 그를 노래하게 하였다.

더는 나는 나일 수 없었고

또 다른 영혼의 심장 속으로

나비의 심장을 남기기 위해 

날아오른다.


200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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