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울프의 비탄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우리 웨어울프는 그야말로 지상 최강의 종족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은에는 약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인간들보다 우월했지! 우리 조상들은 강하고 용맹하며 호전적이고 두려움을 모르며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전쟁터에서 열정과 낭만을 찾았고 천하에 그 위세를 떨쳤지!”
웨어울프가 말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천하를 누비며 정복 전쟁을 하던 우리는 정말로 강하고 용맹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대제국을 건설하였지! 하지만 제국을 건국한 이후 우리 종족은 그 강함과 용맹함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지.”
“약해졌다?”
“그렇다. 약해졌다. 바로 그것 때문에 너희가 우리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왜 그토록 강했던 우리가 약해졌다고 생각하느냔 말일세.”
빨간 두건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웨어울프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약해진 이유는 바로 너희 인간들 때문이지. 너희 인간들 때문에 우리가 약해지게 되었고 결국 너희들에게 쫓겨나게 된 것이지.”
“우리가 너희를 약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웨어울프는 숨을 고르고 상념에 빠진 표정을 짓더니 다시금 설명을 시작했다.
“천하를 제패하고 인간들을 지배하게 된 우리는 너희 인간들을 가축으로 부리게 되었지 당연히 너희들은 우리를 위해 일하게 되었지 허나 바로 그것이 웨어울프들에게 재앙의 시작이었다...”
“우리가 네놈들의 가축이 된 것이 어째서 네놈들에게 재앙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냐?”
빨간 두건은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웨어울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그때 우리는 너희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을 소, 돼지를 비롯한 가축들처럼 우리에 가두어 놓고 사육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괜히 너희들에게 우리를 위해 일하라고 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지.”
“자세히 설명해 보아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군!”
웨어울프는 궁금해하는 표정의 빨간 두건을 보며 시간을 더 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희 인간들을 노예로 삼게 된 우리는 너희를 마구 부리며 살게 되었지. 우리의 가축이 된 너희 인간들은 우리에게 각종 재물을 바쳤고 노동력을 제공했으며 우리를 위하여 전쟁터에 나가서 싸웠지 바로 이것이 웨어울프들이 저지른 최대의 실수였다!”
“실수?”
“너희들이 우리를 위해 대신 일을 하고 온갖 재물을 바치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동안 너희들을 지배하는 우리 웨어울프들은 점점 너희들의 문화, 종교, 예술에 심취하고 너무 물들게 되었지 온갖 힘든 일은 다 네놈들이 대신해주고 우리는 전쟁터에도 나가지 않고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게 되니 강인하고 용맹하고 호전적이었던 우리의 본모습도 점점 흐릿해졌지 무술을 제일로 여기고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영웅을 숭배했던 우리는 너희 인간들의 문물에 너무나도 물든 나머지 점점 무술에서 멀어지고 그림이나 그리고 시나 쓰는 너희들의 나약한 행동을 찬양하였지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우리 본연의 강인함, 용맹함, 전투력은 약해져갔고 전쟁터에서 열정과 낭만과 즐거움을 찾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었으며 심지어는 우리의 본래 모습인 늑대의 모습마저 혐오하는 자들마저 생겨났으니... 반면 너희 인간들은 우리의 지배를 받으면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고 우리를 대신하여 수많은 전쟁터에서 나가 싸웠으니 너희는 우리와는 반대로 점점 강해졌던 거지.”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고 웨어울프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희들의 문화에 심취하여 우리의 본모습을 잃어버리고 점점 약해져가는 우리 웨어울프... 반대로 우리의 지배를 받으며 온갖 힘들고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고 우리 대신 전쟁터에 나가 싸우면서 힘을 기른 인간들... 그렇게 힘을 기르고 최적의 때를 기다린 네놈들은 마침내 반란을 일으켜 우리를 몰아내고 지금 이렇게 인간의 국가들을 세운 것이지. 이제 내 말이 이해되나?”
빨간 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기 본모습을 잃어버린 웨어울프들이라... 그렇게 된 거였군...”
“네 앞에 있는 나는 원래는 웨어울프 제국의 관리였다. 너희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미처 도망을 치지 못하여 지금까지 이곳저곳에서 숨어 살고 있었던 것이지.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빨간 두건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참 재밌는 이야기군. 원래는 강했으나 정작 피지배층인 우리 인간들의 문물에 너무 심취하여 본모습을 잃고 약해져서 결국 쇠락한 웨어울프라? 정말 비극적인 이야기로군.”
“그래. 정말 비극적인 이야기지.”
웨어울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더 힘이 회복되면 그 즉시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회복되면 바로 이곳을 벗어난다!’
웨어울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빨간 두건이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 나라가 너희들처럼 되지 않게 해야겠군!”
“뭐라?”
웨어울프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의 이야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내 나라를 너희들이 세운 제국 이상으로 강하고 부유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웨어울프는 또래의 소녀들답지 않은 말을 하는 빨간 두건을 보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녀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녀석... 보통 인간이 아니야! 분명 나중에 자라서 대장군이나 정승의 자리에 설 녀석이야... 이런 대단한 녀석과 마주치다니... 나도 참 운이 없군...’
빨간 두건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지었고 웨어울프는 놀란 눈으로 빨간 두건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때 대제국을 세웠던 자들이 이렇게까지 몰락하다니...’
빨간 두건 역시 웨어울프의 이야기를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웨어울프를 상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산에 왔으나 지금 자기 앞의 웨어울프는 그 옛날 천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용맹하고 호전적인 맹수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참하기 그지없는 미물의 모습이었다. 세상을 가졌다는 대제국을 세운 종족이 저렇게까지 비참하고 처참하게 몰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빨간 두건은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 웨어울프는 빨간 두건을 보고 지금 빨간 두건의 모습이야말로 과거 천하를 누빈 자기들의 모습과 매우 가깝고 지금 자기 모습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급급한 들짐승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굴욕적이고 비통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빨간 두건을 쓴 소녀의 모습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우리의 위대했던 과거가 아닌가...’
웨어울프는 돌아올 수 없는 찬란한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