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루틴
2024년 창업을 결정한 뒤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침형 인간에 대한 많은 자기 계발 서적을 읽었지만 결심한 건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과음을 하게 되고 하루의 시작이 망가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어느 날 숙취에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면서 이런 루틴으로 창업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망가지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나만의 의식을 만들고 싶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초반에 정해진 루틴대로 유닛들을 명령하는 것을 ‘빌드’라고 한다. 이 빌드는 일꾼을 몇 마리에서 건물을 짓는지 몇 초에 정찰하는지 등 완전히 루틴 하게 짜여 있다. 초반의 빌드만 잘 짜면 게임이 스노볼처럼 굴러 결국 큰 이득으로 게임이 이겨있게 된다고 해서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빌드는 실전을 준비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준비 요소이다. 결국 아침 루틴도 이 빌드와 같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1. 기상하기(30분)
나는 아침 5시 30분부터 6시 사이에 기상한다. 사이에 기상하는 이유는 기상하는데 Sleep Cycle이라는 앱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이 앱은 나의 수면 상태를 추적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램수면, 깊은 수면 사이의 수면패턴과 잠자는 시간, 깨는 시간은 물론 코 고는 소리와 뒤척이는 소리까지 모두 감지한다. 5시 30분부터 6시 사이에 깨우도록 맞춰 놓으면 내가 얕은수면으로 되었을 때 알림을 울려 좀 더 개운하게 잠이 깨도록 도와준다. 또한, 내가 자면서 얼마나 뒤척였는지 코를 골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2. 감사하기(1분)
기상하자마자 가족과 건강 그리고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침에 감사하면서 일어나면 저절로 숙연한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도 생긴다.
3. 이불자리 정리(1분)
이불자리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한다. 그냥 펼치고 두 번 접어서 놓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시켜서 하고 있다.
4. 스트레칭과 팔 굽혀 펴기 30회(1분)
파 굽혀 펴기를 30회 한다. 잠을 깨우기 위해서 몸을 깨우는 게 우선이다. 30회 정도 하면 잠이 다 깬다. 처음엔 좀 힘들어서 10회만 했는데 이제 30회도 크게 힘들지 않다.
5. 명상(10분)
책상에 앉아 명상을 10분 정도 한다. 명상은 스스로 하기 어려워서 Calm이라는 앱의 도움을 받는다. 앱을 켜면 오늘의 명상으로 매일 하나의 명상을 제공하는데 그냥 제공하는 명상을 바로 듣는다. 보통 10분 내외로 재생되기 때문에 바쁜 아침에 빠르게 명상하기 좋다. 책 ‘미라클 모닝’에서 명상의 힘을 이야기해서 2년 전부터 하고 이다. 명상 중에 딴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최대한 호흡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어렵다. 사람이 현재에 집중하기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아침마다 느낀다.
6. 성공을 생각하기(1분)
책상 위에 붙여놓은 나의 자세한 성공 후 모습과 이루고 싶은 것을 소리 내어 읽는다. 그리고 성공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기분 좋은 상상이다. 이제 매일 하다 보니 성공 후 모습이 많이 비슷해졌는데 새로운 걸 생각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지금의 매일이 똑같듯이 성공 후에도 매일이 같을 것이다. 이 방법은 나폴레온 힐의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에 있는 방법을 가져왔다.
7. 일기 쓰기(5분)
아침에 어제의 일기를 쓴다. 어제 있었던 일이든 생각난 것이든 아침에 떠오른 것이든 무엇이든 좋다. 10줄 정도 짧게 쓰고 덮는다. 올해 초부터 쓰기 시작해서 이제 반정도 채웠는데 한참 지난 후에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책 ‘미라클 모닝’에서 추천하는 방법이다.
8. 독서(30분)
아침에 독서를 30분 정도 한다. 책은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빌리고 읽고 싶은 책을 사두고 본다. 책을 읽을 때는 그냥 읽었는데, 손웅정 님의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에서 독서노트를 쓰는 방법을 보게 되었다. 그 후 나도 노트에 그날 본 책에서 인사이트 받은 내용을 적는다. 나중에 책을 보지 않고 노트만 봐도 돼서 편리한 것 같다. 물론 명서들은 책 자체를 다 옮겨야 해서 따로 적지는 못한다. 아침에 책 읽기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일하면서 나오는 거의 모든 아이디어가 이 시간에 나오는 것 같다.‘
9. 방탄커피와 뉴스보기(5분)
방탄커피의 창시자 데이브 아스프리의 책 ‘최강의 식사’를 보고 아침에 방탄커피만 먹은 지 6개월이 되었다. 커피에 유기농 기버터와 MCT오일을 넣고 먹는 방법인데 처음엔 느끼해서 힘들었는데 이제 맛있어졌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 있어 커피를 빈속에 먹으면 위가 아팠는데 지방이 같이 들어가니 아프지 않고 부드러웠다. 커피를 먹으면서 매일경제 인터넷 지면신문을 3면까지만 무료로 본다. 3면 이상 보려면 월 구독을 해야 하는데 3면만 봐도 아침 헤드라인은 대충 알 수 있어서 구독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9가지가 아침 루틴이다. 약 1시간 정도 소모되는데 나갈 준비하는 시간을 빼고 하기 때문에 5시 30분에 눈이 떠지면 여유 있게 준비하고 나갈 수 있다. 여러 자기 계발서에서 가져오다 보니 개수가 점점 많아졌다.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커피 타는 동선도 최적화했다. 그래도 1시간이 빠듯한 것 같다. 아침 루틴이 지금까지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 잘 모르겠다. 긍정적인 생각이 좀 더 많아졌다? 정도인 것 같다.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큰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