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esy Oct 27. 2022

의문을 품은 밤



어린 시절 내가 가지고 있던

저 많은 밤 속을 방황하는 별들이

하나처럼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면서

삶을 굽어살피고 있다는 믿음이

어리숙함과 순진함의 발로였단 사실을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알게 되었


혼란에 빠져,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주하는 삶의 불행이란 뻔하게

자신이 내린 결정에서 나타난 결과처럼 보여도


밤 속을 방황하는 별들처럼

사실은 여러 사람의 조용하고 나직한

탄원과 기대가 한데 어우러져 발생하는

예측이 불가한 기상현상이란 것을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데도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예로부터 밤에 의문을 품어 왔다


밤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바람 소리

귓전에 맴도는 새벽의 속삭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자아와 사회의 경계가

그다지 뚜렷했던 적이 없다는

밤이 감추고 있는 감미로운 진실에

어느 고요한 가을밤 귀 기울여 보는 일은


이런 밤이 오면 합리적인 과학주의자조차

삶보다 거대한 운명에 대해

영혼의 아름다움과 맑음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아끼는 이에게 묻는 일은


그러면 자기의 솔직한 생각을 꺼내

내밀한 감정을

여과 없이 토로하는 순간이 오고

우리가 서로 영원히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품게 되며

소원을 비는 별똥별은

밤 속을 방황하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가며 빛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수께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