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만 나타난다는 늦반딧불이를
보고 싶어하는 아내와
해가 저문 어슥한 개울가를 걷는다
1년간 수풀 속에 숨었다가 가을에 나타나
반짝이다 사라진다는 늦반딧불이를
서울에서 태어나 반딧불이를 본 적 없는
아내는 보고싶어하고
가을이면 반짝이고 사라진다는 늦반딧불이를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찾아나섰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은 나타나지 않고
비가 내리는 날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늦반딧불이는,
그와 같은 삶의 반짝이는 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고
그리고 그 반짝이는 순간은
잠깐 내린 비 몇 방울에 곧잘 씻겨나갈 것이므로
가을이면 반짝이고 사라진다는 늦반딧불이를
그 반짝이고 예쁜 순간을
우리는 함께 손잡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