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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 Mar 22. 2018

사랑할 용기

2018.1.30의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독서모임 후기.

소규모로 모인 날. 더 작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람들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그들이 더 가까이 보였다.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말하기를 우리는 계속해서 연습하고 있다. 또한 모든 연습은 실전이다. 우리는 한 번도 도달하지 않은 페미니즘의 이상에 대해 말하면서, 아직 찾지 못한 페미니스트 남성성의 이상, 그리고 인간성의 이상에 대해 불완전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우리 언어의 불완전함은 우리의 도달하지 못한 이상을 드러낸다. 우리는 완벽한 평등과 완벽한 존중의 말하기에 도달하기를 꿈꾼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말하기의 위계는 분산되고 있다. 각자 스스로의 안에 들어 있는 위계질서를 들여다본다. 권력을 해체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면서, 내 안의 권력을 해체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모임을 연 이도, 거기에 응답한 이도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모였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나로 살아갈 수 있을지 답을 찾고 싶어서, 나에 대해 알고 우리의 관계에 대해 더 알면 더 나은 나와 우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바람으로 모였다. 분석과 측정과 결과 제시가 익숙한 사람은 조급해지는 자신에 대해 털어놓았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더 알고 싶은 누군가는 오래 만난 친구들에게도 잘 하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벨 훅스의 힘일까,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에너지일까. 둘 다일 것 같다.


우리가 읽고 있는 책에서는 지배자 질서를 버리고 관계적 인간이 될 때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임이 거듭될수록 관계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활자로 이미 책에 적혀 있지만 그것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하며 서로의 불안을 나누고 함께 떠안는다. 함께 꿈꾸고 고민하는 그 사람들에게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나의 믿음은 확고해지고 있다. 사랑은 비권력적인 것이다. 스스로를 권력 아래 두지 않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자 여기저기 좀먹은 내가 보인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너를 바라보면 어떨까. 너를 바라보다 보면 너에게 비친 나도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나를 들여다볼 용기를 다시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너에 대한 미움 싹싹 씻어 내 버리고, 너를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를 바라봐 보기로 할까. 너를 사랑하는 것이 본래 나의 마음이니까.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오래 묵은 유행 지난 옷을 꺼내는 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벽장 속 깊은 곳에 넣어 두었다 잊어버린 것. 언제나 내가 바라던 것은 너를 사랑하는 일이었고 네가 나를 사랑해주는 일이었어. 언제나 새롭게 불러 볼 필요가 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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