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다한 이야기]
로봇 산업이 부흥하고 국가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예전부터 업계에서는 한 목소리로 외쳐왔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본격화하였고 산업부는 2008년 지능형 로봇법 제정 이후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작성하면서 로봇 산업의 장기적 육성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각 사업별 차별화 및 효과성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예산을 증편하고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 동안 약 1조 535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왔고 특히 산업용 협동 로봇, 지능형 서비스 로봇 분야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늘여왔는데요. 평균적으로 1년 예산을 1,500억 원 정도로 본다면 전체 산업부 예산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비율이긴 하지만(산업부 전체 예산의 1% 정도) COVID-19가 심화되고 비대면에 대한 요구가 한참 높았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정부의 로봇 예산이 그래도 많이 늘었습니다. 2008년 지능형 로봇법 제정 후 첫 2년 단위 기본계획이 끝날 무렵인 2014년엔 증감되는 로봇 예산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그 시절에 비하면 그래도 지금은 로봇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어느 정도 잡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예산이 증가되면서 지원 사업이 지속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과거 10년 간 로봇산업에 투입된 정부 예산 규모 (2013년 ~ 2022년)
하지만 그동안 예산을 들인 만큼 실제 시장이나 업계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왔는지 되돌아보면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산업용 협동 로봇의 경우 산업 현장이나 공장에서 근로자를 대신하여 어렵거나 힘든 일을 대체해주는 역할로써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실제 제조업 분야에서는 협동 로봇 없이 공장을 가동하기 어려운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능형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업계라 더 야박하게 평가한 거라 할 수 있지만 서비스 로봇의 성장을 매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업의 주도로 산업이 활성화된다기보다는 여전히 정부 주도의 국책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해외 로봇 제조 업체 대비 품질이나 성능면에서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을 자신 있게 내놓는 업체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비스 로봇이 말 그대로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접목되어 활용되기에는 로봇 하드웨어도 서비스도 아직은 낮은 수준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로봇 산업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가 바로 '규제'입니다. 특히 실내외 배달 서비스를 수행하는 로봇의 경우, 기존의 법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사업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왔었는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실내외 자율주행로봇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주고,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하나씩 기준을 마련해나가려고 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기대한 만큼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전혀 반응이 없는 것보다야 하나씩 하나씩 시나브로 개선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로봇 산업과 관련된 정부 산하 기관에서도 정부 방침에 발맞추어 여러 가지 국책 사업을 진행하며 로봇 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서비스 로봇 시장의 형성과 확장은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이토록 로봇 산업의 성장이 더디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요즘 매일매일 생각에 잠깁니다. 필자는 2018년부터 서비스 로봇 분야 업무를 담당해오며 산업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데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는 듯한 로봇 업계의 상황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현업자로서 최대한 담백하고 단조롭게 로봇 산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조건이 선제되어야 할지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안정적인 품질과 커스터마이징이 용이한 로봇 하드웨어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현재 국산 로봇은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비스 수행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에서 로봇을 만들고 출시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옵션이 주어지지 않는 매우 단순한 기능의 로봇뿐입니다. 더군다나 다수 기업이 아닌 특정 기업에서만 로봇을 생산/판매하고 있어서 로봇을 사용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못해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단순노동은 로봇에게 맡기라더니 정말 단순한 업무만 하고 있는 로봇이라 실사용자들의 편의성이 확장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해외에서 로봇을 들여와서 국내 서비스와 접목하여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이 역시 로봇 하드웨어의 품질이나 성능면에서는 아직까지 시장에 내어놓고 판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비스 로봇 업계에 뛰어드는 토종 국내 스타트 업체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안정적인 하드웨어와 고도화된 서비스 연동까지 이루어 내기에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외 (주로 중국이나 미국) 서비스 로봇 회사의 규모, 해당 시장의 성장 가능성, 로봇 서비스 종류의 다양화 등을 국내 산업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아직 갈길이 먼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국내 서비스 로봇은 배달 분야에서 많이 회자되고 활용되는 편인데 이를 리딩 한 기업 또한 그동안 해외 로봇으로 서비스를 수행하였고 최근에서야 국내 로봇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외국 업체 따라가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로봇 하드웨어 업체가 다양화되어야 하며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한 고품질의 로봇 확보가 선제되지 않고서는 국내 로봇 산업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실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로봇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인간의 노동을 완벽하게 대체해주기를 원할까요? 나의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이 나오게 된다면 나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되고 생계 수단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노동을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의 대체 수단으로써 로봇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 이는 산업용 협동 로봇 시장에서 먼저 시작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조 현장이나 공장에 노동자가 한 명도 없이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것도 아닙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로봇이 작업자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쓰이면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일을 로봇으로 완전하게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도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미국의 로봇 공학자이자 로봇의 대가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교수가 이런 말을 하셨죠.
"사람에게 쉬운 것은 로봇에게 어렵고, 사람에게 어려운 것은 로봇에게 쉽다."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민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모라벡의 역설 같습니다. 사람에게 어렵지만 로봇에게 쉬운 일은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을 서비스로 전환하여 실사용자들에게 어떤 편의성과 효율성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가야 하는 방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서비스 비용이 많이 낮아져야 합니다.
로봇 개발과 제작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앞서 언급한 안정적인 로봇 품질과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봇에 쓰이는 부품의 수준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과 공존을 해야 하는 서비스 로봇의 경우, 작은 부품의 결함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성능 / 고사양의 부품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품질도 보장해야 하고 동시에 비용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정부 예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예산이 지원된다면 현재 B2B 시장에서 오고 가는 로봇의 가격 (대형 고급 자동차 가격과 맞먹는)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고, 현재 수준에서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와 로봇 구입 비용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반응은 로봇 서비스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로봇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로봇 생산이 증대되면서 제작 단가가 더 낮아지고 시장은 더 낮아진 가격으로 로봇을 구매할 수 있고.. 이런 선순환이 반복된다면 적어도 지능형 로봇 서비스 분야에서만큼은 로봇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부모님의 재력과 안정적인 집안 환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의지라는 건 내가 어느 과목이 부족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과외나 학원의 도움이 필요한 과목이 있는지 인강으로도 대체가 가능한지, 지금 현재 나의 실력은 어느 수준인지 등 학생 스스로 본인의 능력을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고 잘하는 건 어떻게 유지시키고 못하는 건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지 학습 전략을 제대로 짜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하고 규제를 개선해줘도 그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주체인 기업 스스로 역량을 체크하고 잘하는 점과 못하는 점을 분명히 한 후 사업 전략을 제대로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끔 로봇 기업들은 본인들이 충분히 로봇도 잘 만들고 서비스도 좋은데 시장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거나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서 혹은 규제가 꽉 막혀서 혹은 예산이 부족해 등의 이유를 많이 댑니다. 정말 국내의 로봇 사업이 답보상태인 이유가 그 때문인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