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JOB다한 이야기]

by 달하

지난해 국제 로봇 연맹(IFR)의 '세계 로봇 보고서 2021' 발표에 따르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 밀도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로봇 밀도란 노동자 1만 명 당 로봇 대수를 뜻하며 한국의 로봇 밀도가 932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 평균으로 봤을 때 로봇 밀도는 126대인데 한국은 이의 7배가 넘는 밀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이는 대한민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제조 분야에서의 자동화 설비와 로봇시스템 구축이 월등히 앞서 나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제조업 외 서비스 분야로도 산업용 로봇 팔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비스 로봇의 경우 국내에서는 단연 서빙 로봇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요구에 대한 증대가 있었고 최근에는 인건비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서빙 로봇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서빙 로봇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성장하는 건 기쁘지만 동시에 안타깝기도 한 국내 로봇 시장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과 서비스 로봇 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하고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로봇 시장의 대부분이 중국산 로봇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산업용 로봇의 경우 중국의 산업용 로봇 수출 1위 국가가 한국이고, 서빙 로봇 시장을 90% 선점한 국내 업체는 중국산 로봇을 수입하여 운영을 하고 있기에 이는 중국산 로봇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내/실외 배달 로봇의 경우도 중국산 혹은 러시아산 로봇으로 서비스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요.


국내에서도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어 왔고,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로봇 산업에 뛰어든 지 십여 년이 지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중국산 로봇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 고민이 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산 로봇이 대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


국내 기업에서 제조한 서비스 로봇의 가격은 중국 로봇 가격에 비해 대략 60% 이상 비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국내 로봇이 우수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산 로봇이 쉽게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이유입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로봇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한 이후로 로봇 산업 기술력 향상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여러 지방에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로봇 관련 기업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 보조금 규모는 로봇 기업 이익의 2~3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중국 로봇 업체가 국내 로봇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큰 이유이지요.

최근에는 우주 정거장 인공위성에도 로봇 팔을 달아서 우주산업과 로봇산업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가 예산을 로봇 산업 발전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하에 국내산 로봇이 중국 로봇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2021년 삼성증권에서 발표한 '로봇산업 현황과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산업은 업체 수 기준으로는 중소기업이 전체 산업의 98.5%를 차지하고 있고 매출 기준으로는 10억 미만의 업체가 전체 업체 수의 6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작다 보니 적극적인 투자 유치가 힘들어지고, 투자 유치가 힘들어지니 로봇 개발에 탄력을 받기가 힘들고, 로봇 개발과 사업 확장이 힘들어지니 기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의도치 않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성장 산업일수록 정부와 대기업이 앞장서서 시장을 만들어가거나 기술적으로 탄탄한 로봇 기업의 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 로봇 시장에 다수를 차지하는 기업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는 글로벌 기업 특히 중국 로봇 기업과 경쟁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규모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국내의 로봇 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지 않는 한 중국 로봇 기업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면 안 되는 이유


중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가며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다고 해서 국내 로봇 기업이 그저 손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안에 관련한 이슈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다른 사물과 통신하며 안정적으로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5G 이동통신을 기본으로 한 통신 인프라도 필수적인 요소로 들어갑니다.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서비스 로봇 등 어떤 형태의 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서비스를 수행할 때마다 축적되는 데이터는 '빅데이터'로서 가치를 가지게 되고 이는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데이터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국 로봇으로 서비스를 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는 중국 로봇 회사의 데이터 서버에 저장될 경우가 높으며 (물론 국내에서도 데이터만 따로 모아 둘 수는 있지만 비용이 높을 뿐만 아니라 관리 주체의 문제도 있어서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래 핵심 산업인 로봇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데이터가 중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때 중국산 CCTV의 백도어 등의 보안 문제가 크게 화두 된 적이 있었고 가정용으로 쓰던 중국 CCTV가 해킹되어 사생활이 노출되는 사건도 여럿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산 IoT 기기들의 경우 IoT 보안 인증을 받은 경우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기사: https://www.sedaily.com/NewsView/267EQEMPXH)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 로봇들이 얼마만큼 보안에 안전하고 믿을만한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마찬가지로 로봇도 서비스 수행을 위해 비전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해킹의 가능성과 데이터/정보 유출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흔들리는 중국 로봇 기업,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지난여름 중국 서비스 로봇 기업인 푸두로보틱스(Pudu Robotics)가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국내 서빙 로봇 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로봇이 푸두로보틱스라 주의 깊게 기사를 봤는데요.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것과 동시에 중국 경기도 예전처럼 좋지가 않고, 로봇 사업이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회수할 수 있는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중국 내 대표적인 배달 로봇 기업인 윈지 테크놀로지 (Yunji Technology) 또한 로봇 제품의 라인업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오리온 스타(Orion Star)는 로봇의 품질 이슈로 신제품 론칭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핵심 산업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지원하는 것과는 다르게 중국 로봇 기업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마음과 자세로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할까요.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을 리딩하고 장악해오던 중국 기업들이 주춤할 때 우리는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품질적으로 안전하고 보안에도 취약하지 않은 믿을 수 있는 로봇을 하루빨리 시장에 선보이면서 중국 로봇이 차지하고 있던 국내 시장을 국산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주고 투자 예산을 더 늘리고, 기업은 이에 맞는 품질 높은 로봇을 시장에 선보여야 합니다. 앞에서 기업은 로봇 시장을 이끌어가고 정부는 뒤어서 밀어주며 서로 힘을 합쳐 시장을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로봇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많은 B2B 고객들이 중국산 로봇에만 눈을 돌리고 왜 국산 로봇엔 관심을 가져주지 않냐라고 국내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격이 싸고 성능도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로봇을 넘어서서 글로벌로 로봇 산업을 확장하고 싶다면 가격과 성능, 여기에 더해 품질과 보안까지 책임질 수 있는 로봇을 만들면 됩니다.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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