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사와의 관계

[JOB다한 이야기] 결혼으로 비유해보는 기업 간의 파트너십

by 달하
파트너십이 필요한 이유

사업을 할 때 회사의 역량이나 리소스가 부족하거나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사를 찾고 협력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파트너십을 통해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술이지만 전혀 다른 기술과 연결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기대하며 누구와 짝을 맺을까 늘 시장을 탐색하고 다른 회사들을 찾아보는 활동들이 기업들 간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전한 파트너십으로 성공한 사례는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죠.


기업의 파트너십은 결혼과 유사합니다

파트너십이라는 이름 속에 숨어있는 역학관계

오랫동안 다양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오면서 느낀 건, 기업 간의 파트너십도 결혼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목적을 제외하고 말이죠.
(물론 결혼으로도 자산을 증식할 수 있긴 합니다. ^^)


전혀 몰랐던 남녀가 연애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삶의 목표가 동일한지 여러 상황 속에서 파악을 하고, 이 사람과 같이 살아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결혼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죠. 그리고 그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멋진 팡파르와 축하 속에서 시작된 결혼은 ‘현실’에 부딪히면서 갈등과 고뇌, 때로는 후회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등한 부부관계를 기대했지만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역학관계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배려로 이런 위기를 넘기고 결혼을 영속해 나갑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영원한 파트너십은 없습니다. 유사한 사업 목표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더라도 ‘실무’에서(결혼에서는 ‘현실’)발생하는 갈등이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 그리고 파트너로서 서로에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종료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서 사전에 진행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의무와 권리, 책임, 그리고 유효기간이 포함된 계약서를 체결하는 것입니다. 파트너십 계약서 체결을 진행할 때도 양쪽 기업의 법무팀이 촉각을 세우고 서로에게 불리한 점은 없는지 발목을 잡히게 되는 경우는 생기지 않을지 매우 꼼꼼하게 검토를 합니다.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파트너십이라는 걸 전제하고 시작하는 거죠. (이 부분은 결혼과 다른 점이긴 합니다.)

하지만 기업 간의 파트너십은 냉정합니다


동등하게 시작된 기업 간 파트너십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한쪽으로 힘이 기울게 됩니다. 누가 더 많은 정보와 돈을 쥐었는지, 시장을 끌어 갈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을 가지고 있는지,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는 게 어느 쪽인지에 따라서 힘의 균형은 깨지게 됩니다.
(결혼할 때 누가 무얼 더 많이 해왔는지 계산하게 되고, 결혼 생활 동안 누가 더 많은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지에 따라서 손해를 따지고 이익을 따지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헤어지지는 않잖아요..)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힘이 드러나게 되어 한쪽이 끌려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실무진 회의 시 묘하게 드러나는 갈등, 타협되지 않는 문제, 풀리지 않는 이슈... 이런 것들이 축적되기 시작하면 파트너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양사의 파트너십이 유효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슈를 인지할 수 있고 건전한 파트너십이 아니라는 시그널이 보이기 시작하면 파트너십에 대해서 재검토를 해야 합니다.


파트너십을 계속 이어 가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면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더 나은 파트너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연애할 때의 기분이나 시작할 때의 좋았던 모습만으로는 파트너십을 이어가기에는 나이브(Naïve) 한 태도입니다. 양사의 힘의 균형이 깨진 순간 그 관계는 종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기업의 파트너십은 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라 서로의 목적을 위해 만났다가 헤어지게 되는 것이죠. 회사에 더 이상 도움이 안 되고 그 파트너사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들이 힘들어한다면 동등한 파트너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같이 가기 위해, 그리고 헤어지지 않기 위해

힘의 균형은 깨졌지만 어쩔 수 없이 파트너십을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경험적으로 아래와 같은 활동들이 사전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로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같이 가고 있는지 임원 레벨에서의 Concensus가 정기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보통, 기업 간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체결 식에서 양사 임원들이 만나서 사인하고 악수하고 사진 찍고 서로 덕담을 나누며 끝납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실무자들이 챙겨갑니다. 초심이 흔들리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건전한 파트너십이 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보다 높은 레벨에서의 합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필요합니다.

파트너는 동등하고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어느 한쪽에 힘이 쏠리게 되는 갑을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힘의 기울기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시그널이 발생하면 그 즉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협력을 하여 풀 수 있을지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수평적인 관계가 깨진다는 시그널을 무시하고 축적하게 놔두면 나중에는 풀려고 해도 풀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파트너 담당자는 의사결정자와 내부 관련자에게 자세히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지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파트너십 전략 회의를 하면서 관련자들과 활발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라 여겨졌는데 저와 반대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제 판단이 틀릴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 누적된 이슈들이나 데이터로 미루어 봤을 때 더 이상 건전한 파트너사라고 인식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득 기업의 파트너십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 분노하고 방어할 것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며 답을 찾을 것인지 스스로 판단을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기업 간 파트너십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위의 글은 저자의 결혼생활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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