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가정용 로봇 청소기가 나왔을 때 주부들은 환호했습니다. 무겁고 선이 짧은 유선 청소기를 끌고 다니며 콘센트를 뺐다 꼈다 반복하며 청소를 했었는데,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해주는 로봇 청소기가 나왔으니까요.
출시 당시 3~400만 원이나 하는 아주 비싼 가전제품이었지만, 점점 가격이 떨어지고 다양한 브랜드의 로봇청소기가 나오면서 청소의 부담은 조금이나마 덜어졌습니다. 다만 방문턱 때문에 로봇이 지나갈 수 없어 로봇을 안방, 작은방 등 옮겨줘야 했지만, 여유롭게 거실 소파에 앉아 청소하는 녀석을 그윽이 바라보다 아주 잠깐씩 방문턱 넘겨주는 수고쯤이야 일도 아니었죠. 문턱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로봇 청소기들이 나오면서 이 수고로움마저도 사라지긴 했지만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일렉트로룩스의 가정용 로봇 진공청소기 `트릴로바이트(Trilobite)'가 7일 하얏트호텔에서 선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되며 소비자 가격은 228만 원.
청소 말고, 다른 건?
세상에 수고스러운 일이 어디 청소뿐일까요. 매일 반복되는 일들을 누군가 대신해준다면 그 시간을 정말 알차게 쓸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은 다 할 것입니다. 세탁기가 그랬고 건조기가 그랬고 로봇청소기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식기세척기까지. 집안에서 발생하는 매일 반복되는 노동을 기계가 대신해주고 이제는 그냥 기계가 아닌 똑똑한 기계, '로봇'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가전제품들 덕에 우리는 가사에서 해방을 얻었고(온전히는 아니지만), 그 시간을 다른 일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집에서는.
집 말고 바깥 공간에서도 반복되는 작업들이 많이 있습니다다. 일터에서의 본업이 있지만 부수적으로 따르는 일로 해야 할 일에 충실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로봇으로 고부가가치를 안겨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론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에는 사람만큼의 숙련도, 일의 처리 속도 및 확장성 등을 고려해보면 아직은 사람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설령 미래에 사람을 대체하더라도 '로봇'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산업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저도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청소 말고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살펴보니 이미 업계에서 구분해놓은 로봇 분류로 예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다.
로봇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크게 나눠보면 생산공장에서 쓰이는 제조로봇이 있고 (자동차 회사에서 조립하는 로봇과 같은), 앞서 얘기한 청소로봇이나 가끔 뉴스에서 보이는 서빙 로봇, 배송 로봇, 물류 로봇, 바리스타 로봇, 병원에서 쓰이는 수술 로봇 등과 같이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로봇이 있습니다.
서비스로봇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 신성장 동력을 찾고자 크고 작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뛰어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렇다 할만한 성과를 낸 기업은 없습니다. 오히려 투자 대비 성과가 없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로봇 회사들이 생겨났죠. 유명 석학들이 해외 유수 대학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테스트를 하며 다양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실생활에 가까이 와 있는 로봇은 없었습니다.
서비스로봇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시장이 없어서인지, 로봇 기술이 아직 그런 시장을 만들어내고 선도하지 못해서인지..하지만 분명한 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체감할 수 있는 로봇은 우리 집 거실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청소로봇뿐이지만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지부진하던 서비스 로봇 산업에 트리거가 될만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COVID-19.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파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사람을 통해 받고자 했던 서비스들을 무인화 또는 비대면 서비스로 제공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의 비즈니스 철학은 '친절한 대면 서비스다'라고 외쳤던 호텔 업계에서까지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로봇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은 놀라움을 안겨다 줬습니다.
COIVD-19 전에는 이런 시도조차 망설이던 업계에서 로봇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서비스로봇의 시장 진입 속도를 앞당겨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봇청소기가 집안일을 하는 이에게 온전히 자유를 안겨주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생각해보니 10여 년은 걸린듯 합니다. 가정용 로봇청소기가 온전히 우리 집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융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죠. 애초 로봇청소기를 개발하고 연구했던 시절로까지 돌아가면 (제가 알기로는 1990년 초에 리모컨 달린 로봇청소기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20년 이상은 걸린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로봇들이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예상해보면, 로봇청소기가 걸린 시간보다는 짧지 않을까요.
자의 반 타의 반 우리 삶 속에 들어오는 로봇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무엇을 더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