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다한이야기] 건물과 친해지길 바라
처음 서비스 로봇을 기획할 때는 당연히 ‘블링블링’한 건물의 넓은 복도와 잘 짜인 내부 구조, 화려한 인테리어 등이 갖춰진 좋은(?) 곳에서 로봇을 다니게 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야 제가 기획하는 로봇이 로봇’ 답게’ 혹은 로봇’스럽게’ 대우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고, 그런 곳이 어울릴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죠.
로봇이라고 하면 흔히 기대되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고 (첨단화되고 자동화된 건물에서 사람보다는 로봇이 슝슝 잘 다니는 영화 같은 모습?), 이로부터 만들어지는 이미지에 갇혀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못하는 걸 해야 하고, 사람이 하긴 하지만 부분적으로 도와줘야 하고, 사람이 하기엔 귀찮고 싫으니까 대신해줘야 하는 서비스 로봇의 역할을 감안하면 주변 환경에 따라 기능 구현이 천차만별일 거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한계점들이 실제로 다가왔고, 환경에 의해 기능이 축소되거나 빠지는 경우를 경험하면서 서비스 로봇 본연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함에 아쉬움이 많이 생겼습니다.
물론 제약 사항은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서비스 로봇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갔습니다. 그리고 로봇 도입 현장을 더 많이 경험하고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비스 로봇이 완벽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여겨졌습니다. 대신, 기존 건물에서도 서비스 로봇이 조화롭게 어울리게 하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지에 대해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걸음마~ 걸음마~ 로봇도 걸음마 단계가 필요하다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 의외로 서비스 로봇을 요구하는 곳은 신축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 사용자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의 경우, 면적이 좁고 복잡하다 보니 부지를 넓혀 바로 인근에 신축을 짓거나 기존 건물에서 증축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건물 자체를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죠. 이때 부서나 사무실 위치 이동이 생기고 근거리에서 업무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들이 거리가 멀어지면서 업무를 대신해 줄 실내 배송 로봇을 찾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서빙을 도와주는 로봇 도입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COVID-19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 요구에 따른 서빙로봇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식당은 일반 건물에 비교하면 작은 면적이긴 하지만 식당 규모에 따라 직원들의 서빙 업무를 도와주거나 아예 비대면 서빙 목적으로 실내 배송 로봇을 원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일을 보조하고 대신하기 위해서는 사람처럼 다닐 수 있는 게 첫 번째 조건인데 현재 국내에 출시된 실내 서비스 로봇은 조건이 꽤 까다롭습니다. 바퀴로 주행하다 보니 경사로나 문턱에 대한 제약이 있고, 바닥면이 어떤 재질이냐에 따라 주행 가능 여부가 갈리기도 하고, 좁은 복도나 공간을 지나갈 때의 장애물 회피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충돌 없이 할 수 있는지, 층간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 탑승이나 보안 구역을 들어가기 위한 자동문 연결은 어떻게 할 것이며.. 등등
사람에게는 별 거 아닌 건물 내 환경이지만 바퀴로 주행하는 서비스 로봇의 경우 이 모든 제약 사항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다. 예컨대 경사로 구간을 지나가다 뒤로 밀리거나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로봇이 싣고 있던 물건이 깨지는 것이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휠체어를 타는 환자나 장애우들이 일반 건물 내에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곳곳에 배려를 해주는 것과 같이 실내 배송 로봇 또한 건물에 잘 적응하고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실내 환경 일부분을 개선해주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사 낮추고 스마트하게 변신하는 서울대병원, 환자‧직원 만족도↑
서비스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앞으로 관련된 서비스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로봇을 받아들이는 사용자와 건물의 한 발 양보가 필요합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서비스 로봇은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와 같아서 온전한 기능을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서비스 로봇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장하여 인간의 삶을 좀 더 이롭게 해 주리라 생각하기에 지금 걸음마 단계에 있는 서비스 로봇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에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기존 건물의 큰 변형 없이 사용자가 잘쓸 수 있도록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업체들의 개선 노력과 시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이버가 짓는다는 로봇 친화형 사옥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네이버,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