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이상적인 생김새

[JOB다한이야기] 너의 눈, 코, 입

by 달하

** 여러 현장을 다니고 고객들을 만나고 관련된 자료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정보로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로봇이 우리 주변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던 분야는 '휴머노이드(인간의 모습으로 한 로봇 또는 인간형 로봇)'였습니다. 사람과 같이 이목구비가 있는 로봇이 말을 하고 표정을 짓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었죠.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접목하여 미리 프로그래밍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사람이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뉴스로 접했을 때, 저는 놀라움보단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삶과 죽음에도 손을 뻗기 시작하였고, 유전자 변형을 통한 생명체를 연구하면서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고 있죠. 영상을 통해 접했던 휴머노이드의 모습은 또 다른 형태의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는데, 너무 종교적인 접근인 것 같아 스치듯 생각만 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로봇을 의인화하여 사람과 비슷한 외형과 인지능력을 탑재한 후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케어나 혼자 있는 반려견 케어를 위한 용도로 활용하거나 더 나아가 스마트 가전이나 기기 등과 연결하여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로봇이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종류별로 차곡차곡 갠 다음, 옷장과 서랍장에 알아서 척척 정리해주는 휴머노이드가 있다면 당장 사고 싶... 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흔히 일컫는 로봇이 꼭 사람과 같은 모습이어야 하나?라는 의문은 계속되었습니다.

로봇이 꼭 사람과 같은 얼굴과 크기, 표정을 가지고 말을 해야 하나?
15175552329899.jpg 휴머노이드 소피아 , 사진 출처: 핸슨 로보틱스

휴머노이드가 이상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휴머노이드를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는 이유는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고 거기에 공감과 반응을 함으로써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 혹은 교감이 만들어내는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휴머노이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정교하게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느냐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사람의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넘어서지 못하면 Uncanny Valley에 빠져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Uncanny Valley
로봇공학 이론 중에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Uncanny Vally (불쾌한 골짜기)라고 있습니다.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로 로봇이 점점 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사람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똑같아지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640px-Mori_Uncanny_Valley.svg.png 출처: wikipedia


휴머노이드가 아니어도

현재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로봇은 공장에서 조립 용도로 쓰이는 산업용 로봇입니다. 얼핏 보면 로봇 같지 않아 보이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커다란 장비 같아 보이는데, 사실 예전부터 제조 공장에서 사람이 하기 어려운 무겁고 덩치가 큰 부품의 조립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최근엔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바리스타 로봇, 치킨(을 튀겨주는) 로봇, 국수(를 삶아주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 단계라 범용성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산업용 로봇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 서비스를 활발하게 시작하며 선보이고 있는 자율주행 기반의 실내/실외 배송 로봇 산업용 로봇과 양축을 이루는 서비스 로봇의 한 종류라고 보시면 됩니다. 산업용 로봇 다음으로 앞으로 시장 가능성이 있는 로봇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바로 요런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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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oogle 검색 결과/ 키워드: 배송로봇


배송을 주 업무로 하며 사람의 일을 부분적으로 대신해주거나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귀찮은 일을 도맡아서 하는 서비스 로봇입니다. 서비스 로봇이다 보니 산업용 로봇과는 다르게 일반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고 쉽게 접할 수 있어 현장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가 있었는데요.


'사람과 같이 웃는 표정을 지어 주면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로봇이 음성 발화할 때 사람과 같은 입모양으로 말을 하면 더 친근하지 않을까요?'

'주행만 하는 게 아니라 도 있어서 사람이 앞에 오면 악수를 청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만 있으니까 이상해요. 도 같이 보여주세요'


휴머노이드와는 달리 제공하는 서비스 기능을 중점으로 만들어진 배송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고객들은 그래도 눈과 입이 있어서 다양한 표정을 지어줬으면 좋겠고, 작은 기계에 불과하지만 상황에 맞게 적절한 반응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꼭 얼굴 표정이 아니더라도 음성으로 말을 해준다거나 서비스를 수행할 때 혼잣말을 되뇐다거나, 노랫말을 흥얼거린다거나 등)


눈과 입을 넣고 팔을 다는 건 (물론 팔이 달린 서비스 로봇이 있긴 합니다) 약간의 사족이 될 수도 있으나 이미 시판되고 있는 여러 배송 로봇에서 눈 또는 입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고객은, 이미 시장에서는 로봇을 기계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존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1586321574412.jpg 병원에 비치된 소독제 제공 로봇. 자세히 보면 눈이 있어요.
1595575978552-6.jpg LG전자 안내로봇. 동그란 눈이 포인트
바닥 쓸며 흥얼거리는 청소로봇



"실수해도 감정 표현 잘하는 로봇이 좋아요"


서비스 로봇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도 사람과의 교감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UI/UX 디자인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눈코 입은 없지만, 그래서 사람과 비슷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겠지만 외형적으로 풍겨져 나오는 디자인이나 음성으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을 더 고민하다 보면 이상적인 로봇의 생김새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unnamed.jpg 인터스텔라의 타스, 출처: Google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본 타스는 저의 워너비 로봇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 차갑고 딱딱해 보이지만 사실 타스는 주인공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며,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고 빠르게 뛰어들어 목숨을 구하죠. 유머감각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표정 지을 눈코 입이 없어도 타스는 완벽하게 인간과 교감을 합니다. 겉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다정함으로 채워진 로봇이지요.

영화 내 밀러 행성에서 산만한 파도가 몰아칠 때 타스가 파도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전율을 느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 로봇 관련 일을 하면서 제 마음속에는 언젠가 타스와 같은 로봇을 만나리라는 희망이 심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적 상상이 언젠가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루어져, 보다 이롭고 좋은 로봇이 나타나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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