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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Feb 08. 2024

사모님, 파 있슈?

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농촌 교회는 새벽 예배를 주로 4시 30분에 한다. 소를 키우는 분들이 소밥을 줘야 할 시간이고, 바다에 조개나 굴을 캐러 나가는 분들의 물 때를 맞추기 위함이다. 또 농사하는 분들은 해가 뜨면 바로 논으로 밭으로 가야 한다. 여성분들은 새벽밥을 지으러 마치자마자 집으로 향한다.


어느 날인가 새벽에 기도하고 있는데 허리가 굽은 o집사님이 나를 다급하게 부르셨다. 나는 무슨 일이 났구나 싶어 얼른 돌아보았다.


"사모님, 파 있슈?"

순간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되물었다.


"네? 뭐라고요?"

"파! 대파 있냐고유"

"앗"

아.. 이런 적은 처음이라 있어도 없어야 될 것 같고…


"없는 거 같아요"

"지금, 우리 집으로 가유"

그 시간은 5시 20분이었다.

오후가 아닌 새벽. 이른 아침….

잊을까 봐 생각난 김에 말해야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다른 ㅁ집사님은 80이 넘으셨는데 배추 하나 무 하나가 생기면 신문지에 돌돌 말아 끌차에 넣어 가지고 오신다. 가벼운 것은 내게 종종 던지기도 하신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스트라이크!' 외치며 받는다.

처음엔 너무 당황했다. '헉, 던지다니!'

다리가 아파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드신데 꾹 참고 오셨구나. 하나 더 챙겨주시려고…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내년에도 살아 있을지 모르겄슈~'

매번 듣는 이야기다.

지금도 건강하게 잘 살아계신다. ^^

이분들의 산전수전 다 겪어낸 내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 내공으로 때로 부족한 나를 감싸주고 넘어가 준다. 그래서 지금까지 지내왔는지도 모르겠다.


40년 조금 넘게 산 인생이 어찌 70년 80년을 이해할까. 젊은 나이에 고생한다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의 젊음을 무조건 좋아해 주신다. 서로가 서로에게 짠한 마음이 되었다. '한창 예쁠 때지' 손주를 바라보는 마음처럼 바라봐 주신다.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오후 3시만 되면 마을회관에서 끌차 부대가 나온다.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윷놀이를 하고 점심을 해결하고 나오는 시간이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풍경을 마주할 때가 있다. 저물어 가는 인생의 아름다움이다.

천천히 구부려 걷는 걸음뒤로 차를 운전하며 남편과 늘 하는 소리가 있다.


"우리가 문제여~"

"맞아"


저물어 가는 아름다움이 가르쳐준다.

그래, 우리 잘 살아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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