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개학을 하면서 나도 프리랜서에서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다행히 퇴근이 빨라 집에 오면 조금 쉬다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중2 아들이 개학 첫날부터 학원 안 가면 안 되냐고 전화를 했다. 남편은 꾀병 아니겠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나는 청소년들을 만나다 보니까 조금 다르게 보였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귀와 배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자 하고 읍내로 데리고 나왔다. 중이염과 위염이 시작되려고 했다. '역시 새 학기 증후군이 찾아오셨어.' 아들은 무덤덤하고 자기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래서 주로 몸으로 표현한다. 오늘 학원은 쉬고 몸보신하러 가자 하며 설렁탕 집에 데리고 왔다. 아들은 읍내 나왔지, 엄마 아빠랑 같이 나왔지, 설렁탕 먹지 여러모로 좋았는지 아픈 게 다 나았다고 한다. 아들은 매 학기마다 새 학기 증후군이 있다. 그래도 한편으론 내가 그걸 알아들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그리곤 2~3일이 지나 아들에게 또 전화가 왔다. 학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몸이 아픈 건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물어보니 학교 적응도 해야 하는데 학원도 가야 하는 게 힘들다고 했다.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라 반박을 못하겠네! 빠듯한 형편에 보내는 학원이라 나는 빠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읍내 사는 아이들과 고등학교를 다녀야 하니 보내야만 했다. 첫째는 어떻게든 보냈는데 둘째에 대해서까지 에너지가 없는 걸까. 아님 너그러워진 걸까. 나도 그만 다니게 할까 마음이 약해진다. 오늘도 학원 가기 싫다고 우는 남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아들은 마라탕 제안을 받고 엄마가 태워다 주는 것으로 합의하에 학원에 들어 갔다. 나는 퇴근하고 학원 앞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새 학기 증후군 있는 남자, 학원 가기 싫어서 우는 남자를 기다린다.
그래, 표현해 주는 게 어디냐. 마라탕 받고 학원 들어간 게 어디냐. 학교는 너무 재밌다고 하니 또 이게 어디냐. 여기 학원가기 싫어서 우는 남자가 있다. 매 학기마다 적응해야 하는 아들. 그래도 너는 사랑스러운 남자다.